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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Jul 06. 2017

프로게이머가 실수를 대하는 자세

"그럴 수도 있지”의 미덕



   

블리자드의 게임 <오버워치>는 작년 이 맘 때쯤 발매하여 현재까지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오버워치의 기본 플레이 방식은 다음과 같다.


  6명의 플레이어가 한 팀을 이루어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 각 게이머는 ‘공격’ ‘수비’ ‘돌격’ ‘지원’ 4개의 포지션으로 나뉘어 조합을 하고, 최적의 효율을 만들어 내야 한다. 블리자드가 만든 게임의 완성도와 참신한 게임 방식 덕분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이 오버워치라는 게임에는 경쟁전을 통해 각 플레이어의 실력등급이 부여된다. 경쟁점 점수가 높을수록 높은 티어에 속할 수 있다. 높은 등급에 갈수록 그들의 계급장은 영롱해지고 빛이 난다. 왠지 모르게 내가 높은 티어에 있으면 어깨가 올라가고 목이 뻣뻣해진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그 안에서의 나름의 성취인 셈이다.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해서 높은 수능 등급을 받으면 학생들 사이에서 동경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점수 구간대별 아이콘





  요즘은 게임 내에 연결된 보이스 채널을 통해 같은 팀 플레이어들이 대화를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 빠르게 브리핑을 하면 합을 맞추기도 쉽고 시너지를 잘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통한 비난이 가능해져 팀원의 사기를 더욱 손쉽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생판 모르는 6명이 매칭 알고리즘에 의해 한 팀을 이루어 게임을 하다 보면 항상 잘 풀리지만은 않는다. 때문에 같은 팀 플레이어를 비난하고, 각종 패드립과 욕설이 난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기서 왜 들어가서 혼자 죽냐"
“네가 제일 못 했다”
“왜 플레이를 XX식으로 하냐”     


  평범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던 사람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면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방식으로 첫 번째 라운드를 내주게 되면, 그다음 라운드는 볼 것도 없이 뻔하다. 욕을 먹은 플레이어는 기분이 상해 의도적으로 트롤링을 하고 화난 다른 팀원들은 더욱 강도를 높여 비난한다. 결국 실력의 차이보다 내부 분열 때문에 힘쓸 틈도 없이 밀려 버린다. 가장 허탈하게 패배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모두들 한 배에 탔다는 사실을 잊고 팀원의 사기를 저하시켜 게임이 패배로 끝나고 본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허무함과 스트레스뿐이다. 그리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경쟁전 점수는 덤이다.                


  




 나는 유튜브에서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 플레이 영상을 종종 찾아보곤 한다. 잘 하는 사람들의 운영 방법을 보면서 배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들의 순간순간의 판단력과 센스, 그리고 화려한 컨트롤 실력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그들의 플레이 방식이 아니라 게임에 임하는 자세였다. 프로 선수들의 팀보이스 채널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버릇처럼 나왔다.      


“그럴 수도 있지”     


  이것은 정말 마성의 단어이다. 

      

  실수를 한 사람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말임과 동시에, 다른 팀원들이 할 수도 있는 비난까지 막아준다. 이렇게 정신력이 좋은 게이머의 팀은 한 번의 대치에서 밀리더라도 곧이어 권토중래하고 승리를 거머쥔다.      

  아무리 잘하는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들에게서 실수는 대회 성적에 직결되는 것이며, 한 명의 실수로 인해 팀 전체가 떨어질 수도 있는 시초선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실수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할 것인데, 그들의 대처 방법은 오히려 의연했던 것이다. 프로 선수와 그냥 잘하는 플레이어의 차이는 이런 작은 부분에서 생기는 것 같다.           




  게임이든, 일상생활이든 “그럴 수도 있지”의 마법을 생활화하면서 내 마음 또한 편해지고 너그러워졌다. 덕분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더욱 쉬워졌으며 인간관계에서의 사사건건에도 잘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마음 수련을 더 해 나가야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전 점수가 오르지 않는 것은, 내 손 탓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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