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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Jul 11. 2016

민둥산 1박 2일 백패킹 포토 에세이

속이 뻥 뚫리는 순간들







2016년 5월. 날씨 좋은 시기이다.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았다.

마침 군대 전역하고 시간도 많았기에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작년에 강원도 여행을 기획하면서 눈독 들인 곳이 있다. 바로 정선의 민둥산이다.

민둥산은 10월 11월 즈음엔 억새꽃 축제로 유명하다.  정산 부분에 끝없이 펼쳐진 은색 억새 무리 사진을 보고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록 억새는 없는 시기이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최고의 날씨를 두고 집에만 있기는 싫었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 마땅한 여행지가 없었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기에 민둥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민둥산은 생각보다 교통편이 좋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민둥산역까지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고 싶었다. 하산의 걱정 없이 노을을 마음껏 보고 싶었고, 가로등 하나 없는 산 정상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잠들고 싶었고, 일어나서는 곧바로 일출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비도 없고 캠핑 경험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텐트는 렌트해주는 업체가 있었다. 2인용 알파인 텐트와 캠핑용 체어 2개를 빌렸다. 합쳐서 비용이 4만 원가량 나왔다.  배낭과 매트는 아버지가 쓰던 것을 가져왔다. 적어도 이 4가지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품이라 생각한다.




얼린 물 2L와 김밥, 간식거리, 맥주를 챙겨서 출발했다. 점심은 먹고 출발했고 산에서는 그 날 저녁만 해결할 계획이었다. 백패킹은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로 민둥산 역까지 갈 수 있다.


민둥산역에서 내려 15분 정도만 걷다 보면 산 입구가 나온다. 해발고도가 1000m가 넘지만 정상까지는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강원도 지반 자체가 높기 때문에, 산 자체의 높이는 500~600m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로지 정상까지 걸릴 시간으로 계산했다. 뚜렷한 근거는 찾아봐야 안다.) 험한 산세도 아니었고, 산책하듯이 기분 좋게 걸었다. 땀이 적당히 흐르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높이 뻗은 나무들 덕분에 햇빛은 강하지 않았다.




5월, 아직 녹색으로 덜 여문 이파리들이 싱그럽게 피어올라 있었다. 상쾌한 연둣빛 푸름에 취해버릴 것 같았다.

숲에서 뿜어나오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미세먼지로 한창 몸살을 앓던 도시에서 빠져나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머리 끝까지 뻗쳐오는 청량감이 느껴졌다.






민둥산 정상을 향한 능선
마치 올림픽공원의 홀로나무를 연상시킨다. 멋있다.




핀으로 데크에 텐트를 고정시키는 중이다. 원래는 텐트만 덩그러니 쳐 놓았었다. 우리 말고 또 다른 백패커 분께서 고정을 안 하면 텐트 다 날아간다며 핀을 빌려 주셨다. 이 말고도 캠핑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려 주셨고 먹을 것도 같이 나눠 먹었다. 참 고마운 분들이었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마음껏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텐트 치기를 마무리하고는 고즈넉하게 앉아 일몰을 바라봤다.

빌딩 또는 건물 같은 아무런 장애물 없이 해넘이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사진을 보면 산 능선이 파도치듯 울렁이는 것이 보일 것이다. 참으로 경쾌했다.






망원경에 카메라 렌즈를 대고 수차례 시도 끝에 얻은 달 사진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서는 빠르게 어둠이 찾아왔다. 동시에 달과 별도 함께 찾아왔다.


빛공해와 스모그를 피해 산 정상까지 내 달려왔다. 쏟아지는 듯한 별을 보려면 주변의 인공적인 빛이 없어야 하고 대기 또한 깨끗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보름달은 피하지 못했다. 밝은 빛이 있으면 별은 덜 보이기 마련이다. 달 또한 별을 가리는 요소 중의 하나다.


다행히 땡그랗고 밝은 달은 보기 좋았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졌다.


원래 산 정상에선 바람이 세차게 분다는데 날씨가 좋았던 터라 선선했다.

맥주 한 캔 시원하게 마시고 텐트로 들어가 잤다.







텐트가 익숙하지 않고 자리가 불편하긴 했지만, 피곤했던 터라 쉽게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미리 맞춰 놓은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일출을 기다렸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산의 모습은 동양 산수화 같은 모습이 물씬 느껴졌다. 산허리에 안개가 살짝 걸쳐 있는 모습은 수묵의 농담을 보는 듯했고, 삐죽삐죽 튀어나온 산머리의 나무들은 섬세한 붓터치를 연상했다. 산수화는, 그릴 때 일부러 그러한 표현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긴 것을 잘 표현한 것이었다.



동 틀 시간이 다가오자 하늘은 조금씩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태양이 지나가는 길에 레드카펫이라도 깔듯이, 그의 등장을 예고했다. 일출은 볼 때마다 항상 새롭다. 매일 아침이 다른 하루를 시작하듯, 일출 또한 그러했다. 그 날의 일출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부드러웠다. 파스텔 톤으로 하늘을 먼저 감싸 안고, 천천히 모습을 나타내는 동그란 해는 푸근했다.



해 뜨기 직전의 모습.
빼곰



일출을 보고 바로 서둘러 하산 준비를 했다. 7시 즈음에 출발하는 청량리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꽤나 빠르게 내려갔더니 1시간 안에 민둥산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까우면서 부담되지 않고, 그리고 만족스러웠던 1박 2일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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