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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May 20. 2016

독수리 타법과 코딩 교육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 과목이 정규 수업으로 실시된다는 기사(알파고 세대 코흘리개 코딩 배운다는데...)를 접하고,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과목이 도입되면서, 그것의 전후로 세대가 확실히 비교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벌써부터 알파고 세대라며 구분 짓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직업이 기계화, 자동화되는 이 시점에 코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반론이 없다. 다만 이 불안정한 시대를 직면하는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할지 걱정이다.





한 손가락으로 타자치기. 소위 말하는 독수리 타법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약 10년 전에는,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어른들을 많이 보아왔다. 대부분 지금은 퇴직을 하셨거나 컴퓨터에 익숙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할 수 있거나 일명 '독수리타법'과 같은 방법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한 양상을 보여왔다. 그들 세대가 무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대한 재사회화 또는 적응기가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기업 또는 조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경쟁력이 떨어진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이런 컴퓨터실에서 수업을 듣곤 했다.



나의 또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컴퓨터 교육을 받았다. 타자연습부터 문서작성, ppt 그리고 검색엔진 활용까지 배우며 자연스레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독수리타법을 구사하는 세대와 구분되는 지점이라고 본다. 우선 그렇게 컴퓨터에 친숙해지고 나서는 그 이후의 것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인터넷 쇼핑, 뱅킹은 기본이고 스마트폰 어플 사용까지 손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코딩의 영역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컴퓨터 공학과 친구들 또는 그쪽 분야의 전공자들만 다루는 영역이었다. 숱한 컴퓨터 교육은 받아왔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술은 배운 적이 없다.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만져보더라도 코딩의 세계까지는 범접한 적이 없다. 게다가 내가 코딩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고, 못한다고 해서 부족할 부분도 없다. 당장 코딩을 할 일도 없으며, 취업시장에서 내게 요구하는 능력치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교육부터 코딩을 배워온 세대의 등장부터는 그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뒤집힐 것이다.





20년도 채 지나기 전에, 이 친구들은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컴퓨터, 스마트기기를 너무나 당연하게 다루듯이, 그들은 그렇게 코딩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컴퓨터란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보다 코딩을 통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내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들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격이다. 과거 우리 세대와 아버지 세대의 IT활용도 격차가 10 정도 이었다면 이제는 100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의 영역이라 간주했던 '기술'이, 새로운 세대들에겐 당연하게 구사하는 '능력'이다.



자 이쯤 되어서 질문. 



"나는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



시류가 이렇다면 배워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20년 후에, 다가오게 될 칼날은 독수리타법 세대를 지나 우리 세대를 겨냥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20대와 50대가 일자리 시장에서 취업과 재취업으로 인해 경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이하 불문이다. 취직하고서도 안심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



"나는 코딩을 언제 배워야 하는 것인가?"



아직까지는 코딩 기술이 특정 전문분야로 간주된다. 점차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 하지만, 내가 고용시장에 나설 때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취직이 비교적 쉬운 이공계열로 전향을 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 최근 기업들의 자기소개서 트렌드를 보면 전공 또는 직무와의 관련된 경험을 높게 산다. 즉 일관된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또는 스펙을 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 내 적성에 맞는 전공을 살리고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코딩보단 다른 것에 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코딩을 배울 시기는 아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온다. 


오늘도 이 밤은 내게 뚜렷한 해답은 주지 않으면서 숙면만 방해한다. 


그렇게 또 난 늦은 시각에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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