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전성시대. 방송사가 적자를 볼 지 누가 알았겠나
요즘 내가 유튜브에서 주로 보는 채널들은 거의 다 방송사 또는 대형 기획사가 붙은 것들이다. jtbc 룰루랄라의 [워크맨], tvND의 [괴릴라 데이트], 아프리카tv가 지원하는 [슈퍼비 랩학원], 카카오M의 [1theK] 등... 자본과 기획력이 붙은 플레이어들이 유튜브로 더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예전보다 유튜브 보는 재미가 있어졌다.
나처럼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곤경에 처하는 쪽이 있다. 영상 송출 플랫폼이자 콘텐츠 제작자였던 방송사들은 그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발 빠른 방송사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독점하던 광고수익을 유튜브와 쉐어하게 되면서 기분 좋은 처지는 아니다.
기존의 지상파 3사는 작년부터 곡소리가 나고 있다. KBS, MBC는 수백 억대 영업손실을 내고 있고, SBS는 전년도 대비 -90%가량의 영업익을 올렸다. 유튜브가 방송/콘텐츠 산업에 균열을 내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거실에서 TV를 보던 예전과 달리 각자의 폰으로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개인화된 플랫폼과 컨텐츠가 사용자들의 관심을 뺏어가고 있다. 바뀌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방송사들은 그대로 도태되고 있다.
▶ 작년 KBS '적자전환'·MBC 영업손실 119%↑…SBS 영업익 95.1%↓
지상파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겠다. 자극적인 소재, 욕설, 선정성을 이용하면 누가 관심을 못 받나. 방송사들은 윤리의식/사생활 보호/정정보도/청소년 보호 등 각종 방통위 심의규정에 따라 방송을 한다. '선비같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겠다.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콘텐츠 유통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공적 매체로서 본분을 다하려는 노력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규제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방통위 주최의 '스마트미디어 확산에 따른 유사방송 콘텐츠 규제 체계 정비 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때에 MCN, OTT 그리고 1인 방송에 대한 심의 이야기가 나왔으나, 반발이 심했다. 성장하는 산업을 억압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개개인에게 공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직까지도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못했다.
참 복잡한 문제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무엇이 더 낫다고 쉽게 제단하기가 어렵다. 유튜브 덕분에 끼와 재능이 있는 개인들은 방송사 상관없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동시에, 개개인들은 필터를 거치지 않은 각종 영상물에 노출되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각자도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