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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May 30. 2016

전역

다들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말출에서 복귀를 했다.


예전에 휴가 복귀할 때마다 싫었어도 오히려 안심이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 것이었고 그래서 부대가 더 집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대가 낯설게 느껴진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후임들도 이상하게 뭔가 어색하다. 오직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남겨진 사람과 떠나는 사람의 차이이다. 군생활이라는 연속성을 두고 보았을 때, 그것을 함께 했기 때문에 생긴 유대감을 마지막까지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분명 졸업식 때 느꼈던 감정과는 다르다. 떠나면서 소외받는 느낌. 그런데 또 떠난다는 것이 홀가분하다. 일단. 이젠 자유다.




전역. 왜 이렇게 다이내믹하지 않을까.


20개 기수의 선임들을 내보내면서까지 나의 순간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고 결국 나의 차례가 왔다. 분명 기쁘고 신나서 미칠 것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냥 덤덤하다. 그런 기분은 말년휴가 때 이미 다 쏟아버렸다. 




내 동기들은 시간이 빨리 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하루씩 시간이 흐른 것은 변함이 없다. 한 번 자고 일어났는데 두 밤이 흐르지는 않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는 꼬박 갔다. 물론 돌아보면 빨리 갔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내가 몸서리치고 기뻐했던 시간들에 덧칠을 하고 싶지 않다. 매 순간이 개별적이었고, 특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전역했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친구들이 축하를 해줬다. 한창을 바쁘게 연락하다가 멀미가 나서 잠깐 폰을 내려뒀다. 그리곤 창 밖을 내다보며 머리를 식혔다. 뭔가 물렁하고 아련한 감정이 썰물처럼 북받쳐 온다. 이 느낌을 표현할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좋다. 이제 시작이다.


주위에서 제대했으니 힘든 건 끝났고 진짜 힘든 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며 겁을 준다. 그래도 자신은 있다. 지금이 가장 패기가 탱천 할 때 아니겠나. 이 순간의 스퍼트를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왔다. 쫄지 말고 당당히 나서는 '나'로 거듭나야 할 시간이다.





2016.5.27 전역식을 마치고 부대를 나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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