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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Nov 29. 2019

핀테크가 빈곤을 구제한다?

토스보다 빨랐던 아프리카의 휴대폰 송금 서비스, M-PESA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간한 핀테크 리포트 <The Rise of Digital Money>를 읽던 중 M-PESA라는 생소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그리고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리브라 프로젝트와 함께 핀테크의 대표 서비스로 소개된 M-PESA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대체 어떤 서비스이길래 쟁쟁한 다른 핀테크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지 궁금했고, 새로운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겠다는 호기심에 찾아보기 시작했다. 



M-PESA란? : 2007년 케냐에서 시작된 모바일 송금 서비스


국가 GDP 절반에 해당하는 거래액
17억 건의 거래 
3,000만 명의 사용자


M-PESA는 모바일의 ‘M’과 돈을 뜻하는 스와이힐리어 ‘PESA’가 합쳐진 이름으로, 휴대폰 기반의 송금 서비스이다. 카카오페이, 토스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의 발전 덕분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그리고 무료로 송금할 수 있는 세상에, 더 이상의 송금 서비스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M-PESA가 특별한 이유는 2007년 케냐에서 시작하여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출시 첫해에만 120만 명이 사용했고, 10년 후인 2017년에는 3,000만 명의 사용자를 달성했다. 2016년 케냐, 17억 건의 거래가 M-PESA에서 발생했고 무려 국가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M-PESA를 통해 처리되었다. 


Transactions through mobile money platforms close to half GDP


M-PESA의 시작은 2000년대 초, 영국의 국제개발부(DFID :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지원하던 아프리카의 통신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연구로부터 비롯된다. 연구원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airtime 전송 서비스(휴대폰 선불 요금 전송)를 송금 서비스처럼 사용한다는 것을 포착해낸다. 이에 착안하여 M-PESA의 전신인 휴대폰 요금 거래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는 모바일 기반 소액금융서비스를 기획하던 Vodafone에 소개되고, 2007년, 케냐의 통신사 Safaricom과 아프리카 최대 통신사 Vodacom이 함께 케냐에서 처음으로 M-PESA를 론칭했다. (영국의 통신사 Vodafone이 두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휴대폰으로 M-PESA를 송금하는 모습    (사진 : 동영상 캡쳐, Youtube Brokenkey, ‘M-PESA documentary’)
송금이 어려웠던 M-PESA 이전
직접 현금을 들고 가거나 버스 기사에 맡겨서 전달


M-PESA는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송금 서비스라는 점에서 탁월했다. 전국 거리 곳곳에 위치한 SIM 카드 판매점을 은행 지점처럼 활용하여 입출금을 지원했고, 이는 케냐 사람들이 겪는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었다.
 케냐에서는 자식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취업을 하고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는 일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시골에는 은행이 드물었고, 은행과 계좌가 있더라도 비싼 송금 수수료 때문에 쉽게 이용하질 못했다. 결국 본인이 직접 가거나 버스 기사를 통해 돈을 전달해야만 했다. 이런 금융 취약계층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M-PESA였고, 빠르게 자리 잡았다.


판매지점에서 M-PESA를 인출/충전하는 모습 (사진 : 동영상 캡처, Youtube CGAP, ‘M-PESA Mobile Money’)


M-PESA가 삶을 개선한다?

앞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케냐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고,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쌌다. 대부분의 계좌 개설, 송금 서비스가 무료인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원래 뱅킹에는 최소 예치금과 수수료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한 비용과 거래 상대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은 핀테크 업체와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리스크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무료 송금, 출금이 가능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허들은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고, 뱅킹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금융 취약계층으로 남아 더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다.


FINANCIAL EXCLUSION: WHY IT IS MORE EXPENSIVE TO BE POOR


M-PESA도 수수료가 있다.  M-PESA는 송금, Agent 출금, ATM 출금 다 수수료 비율이 다르고, 처리하는 액수에 따라 수수료 구간이 촘촘하게 설정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기존의 부자 고객만을 타겟으로 하던 전통 은행의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하고, M-PESA 회원 간 소액 송금을 할 경우 무료로 보낼 수 있다. 이는 부자가 아닌 평범 또는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던 이유이고,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M-PESA 송금수수료 (사진 : Safaricom 홈페이지 캡처)

M-PESA 도입 이후 일 인당 소비 증가
약 19만 가구가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남
특히 여성 한 부모 가정에서 더 높은 개선을 보임

단순히 싸고 쉬운 송금을 가능케 한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 M-PESA는 기술발전을 통한 수익창출과 빈곤 퇴치를 동시에 이룩할 수 있다는 성공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MIT의 경제학자 Suri와 Jack이 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 <The long-run poverty and gender impacts of mobile money>에 따르면 M-PESA의 도입으로 케냐의 일 인당 소비 지수가 높아졌고, 케냐 국민의 2%가 ‘극심한 빈곤’ 층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특히 여성 한부모 가정에서 긍정적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M-PESA를 사용하게 되면서 송금이 원활해지고 가치의 저장 수단이 생기는 등 화폐의 혜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농사만으로 자급자족하던 생활을 탈피하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진 사례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저축액이 늘면서 경제적 독립이 용이해진 사례가 있다.


Study: Mobile-money services lift Kenyans out of poverty

Why Does M-PESA Lift Kenyans Out of Poverty?



M-PESA 그리고 핀테크

M-PESA는 아프리카 경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어버렸고, 인도, 루마니아 등 다른 대륙의 나라로도 점점 확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많은 사용자 수와 사용성을 바탕으로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2012년 일찍이 ‘M-Shari’라는 비대면 뱅킹 서비스를 론칭하여 예금 및 대출을 지원했고,  2015년에는 병원 결제가 가능한 헬스케어 서비스 ‘M-Tiba’ 출시, 2017년에는 M-PESA의 결제 절차 중 8단계를 줄인 ‘1Tap’을 출시하여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은행이 경제의 심장이라면 돈은 혈액이다. M-PESA 이전의 금융 인프라는 몸 구석구석까지 피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던 반면, M-PESA는 빈곤 계층도 휴대폰만 있으면 돈을 보관하고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는 케냐 인구의 97%가 M-PESA를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났고 국가 전체의 소비는 활력을 띈다. 기술 발전이 삶의 질을 개선시킨 사례로 좋은 레퍼런스를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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