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vs 망망대해: 한국과 인도에서 사업하기

인도에서 살아남으려면 파도를 타야 한다

by 피키나 pick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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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질 듯 오다가 어느 순간 해가 쨍한 이곳, 인크레디블 인디아!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길은 반듯하게 뚫려 있고, 신호도, 규칙도, 방향도 모두 정해져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이미 다 알려져 있고, 승부는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세련되게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다.
올리브영에 들어가도, 다이소에 들어가도, 뭘 고르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은 보장된다.
어쩌면 이곳에서의 경쟁은 속도전이다. 모두가 상향 평준화된 트랙 위에서 달리며, 그중 누가 1등으로 들어올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인도는 다르다.
여기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망망대해다.
바람은 제멋대로 방향을 바꾸고, 파도는 예고 없이 솟아오른다.
이 나라 사람들은 하나의 문화와 언어로 묶이기엔 너무나 다채롭다.
말하는 언어도, 사고방식도, 생김새도, 심지어 ‘좋아하는 것’조차 전혀 닮지 않았다.
한 지역에서 통하는 제품이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힘을 못 쓰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시장 안에서 놀라울 만큼 훌륭한 상품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허술한 상품이 나란히 존재한다.


속도의 차이는 더 극적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일이 놀라울 만큼 빠르고 효율적으로 굴러간다.
인도에서는 그 반대다.
어떤 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쉽게 풀리기도 하지만, 어떤 일은 당연히 가능해야 할 것이 끝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누굴 아느냐, 어떤 방법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여기서는 ‘공평한 시스템’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연결’이 상황을 결정한다.


그래서 인도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윈드서핑을 하는 것과 같다.
규칙을 따르며 달리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밀려드는 파도를 읽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가끔은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고, 가끔은 바람을 타고 짜릿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 불확실성과 변칙 속에서 버텨내는 힘이 곧 생존력이다.


한국이 고속도로라면, 인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다.
나는 지금, 매일 변덕스러운 바람과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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