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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 Sep 21. 2020

자주 웃고 종종 웁니다

야 우냐? 얘 운다 울어



"나 요즘 우울해서 약먹고 있어"


라고 고백하면 대부분의 지인들은 "네가?"라고 반문하곤 했다. 평상시 너무 밝고, 잘 웃기 때문에 그런걸로 괴로워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나는 매일 같이 괴로웠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즐거워야만 했다. 주위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와해시켰고 SNS피드에서 웃긴 자료들을 찾아봤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웃음을 유지시켜야했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방법은 잠깐만 효과가 있었을 뿐이었다. 우울해하지 않으려 억지로 재미를 찾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평소 나의 원래 모습은 어떠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조용히 사색에 잠겨 울지 않았었나? 그런데 오히려 웃으려 노력한다니!



울고 싶은데 울 수 없다는 것은 나의 감정을 무시하고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땐 차라리 쏟아내어야만 한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위한 행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런 훈련이 반복되면서 진짜 자아를 찾아가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30년 넘게 나를 관찰해왔으면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래서 심리상담을 받기로 했다. 선생님을 만나며, 처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상담을 5차례 진행하면서까지 상담시간의 반 이상을 눈물로 보냈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중간 중간 말을 멈춰야했고, 상담실의 휴지는 내가 다 쓰는 것 같았다.



"여기만 오면 매일 우는 것 같아요"

"자기는 많이 울어야 돼. 안 우는 게 더 심각한 거야. 우는 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거니까."



그 이후로 운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렸다. 우는 건 부정적 인거고 웃는 건 긍정적인 행동인가? 아니다, 사람은 기쁠 때에도 눈물이 나는 법이다. 



[우는 아이에게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안 주신대요]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대] 이런 노래는 사라져야한다.

운다는 건 결코 약한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일 뿐이다.




울다 [ 울ː다 ] 
물체가 바람 따위에 흔들리거나 움직여 소리가 나다.




소리가 나고 움직인 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고통 받고 신음하는 것은 산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상처받았음에도 괜찮은 척 하고 있진 않은지, 화나는 상황에서 애써 화를 억누르지는 않는지 말이다. 눈물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의 증명이다. 그러니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현실에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당신은 오늘 얼마만큼의 삶을 흘렸나요?

그 삶은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흘러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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