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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 Jan 10. 2023

얼굴을 더듬는 일

그 많던 서점은 다 어디로 갔을까?



포털사이트에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요즘 시중가를 넘지 않는 가격이었고 호기심에 본문을 클릭해보았다. 많은 양의 책을 중고가에 드릴 테니 연락 달라는 중고거래 글이었다. 처음엔 가격 때문에 클릭하게 된 글이었는데 그다음 심장을 쿵쿵치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폐업.


아마 작성자분은 서점을 운영하셨던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올리게 되셨을까? 나의 상상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현저히 낮아져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요즘 헌책방들을 쉽게 볼 수 없는 추세이니 오래전부터 이 폐업을 결정하고 계셨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셔서 그만두게 된 것일 수도 혹은, 서점이 들어섰던 건물을 허물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분에게 더 이상 책이 필요 없게 된 것은 틀림없었다.


그분은 가지고 있는 책의 목록을 나열하여 올렸다. 화면 스크롤이 1cm 정도로 작아져있을 만큼 방대한 양이었다. 병원이나 휴게실이나 찜질방등. 원하는 권수만큼 저렴하게 넣어 드리겠다는 문장도 덧붙여있었다. 이제 그 책들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공간을 채우는 데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문득 중고 서점에 갔던 일이 기억났다. 그곳에서 작가 친필 사인이 새겨져있는 책을 발견하였던 적이 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책이 돌리고 돌려진 다는 것을 알까? 누군가의 책장,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공간, 누군가의 마음에서 다른 마음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책 뒷면에 써져있는 정가표를 가리고 그보다 반절이나 낮은 가격의 스티커가 붙여질 줄 알았을까? 누군가에 의해서 가치가 수동적으로 변동되리라는 것을 알았을까? 이상하리만큼 일면식도 없는 작가에게 책을 들고 있는 내가 미안해져만 갔다.


요즘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더듬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더러 있다. 

그들은 서로 말하고 싶어 오밀조밀 빈 공간 없이 평대에 줄지어 나를 기다린다. 각기 다른 일생을 살아온 이들이 내면에 수두룩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그들의 문체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그 모든 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형색이나 크기나 첫 문장을 듣고 박수를 쳐줄지 고민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말이다. 


나는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기 원한다. 낯선 이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선 그 이름을 수차례 들어야한다.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선 몇 번을 만나야 하는 것처럼 나는 그들의 얼굴을 자주 더듬고 싶다. 너도 여기, 여전히, 이 공간에, 이렇게, 있었구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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