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시작하며 2021.12.29
4년 전 늦여름이었던 2017년 9월 5일, 나는 덴마크에서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 코펜하겐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멀쩡히 살아가던 평범한 스물 여덟의 내가 어쩌다 덴마크행을 택하게 되었는지. 한국의 미술관에서 일하던 내가 어쩌다 코펜하겐의 레스토랑에서 칵테일을 만들게 되었는지. 지하철 출퇴근족이었던 내가 어쩌다 코펜하게너들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는지... 과거를 곱씹고 있는 나조차도 그 때의 내가 어쩌다 그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알다가도 또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오며, 덴마크에서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보자 했건만, 뭐가 그리 바쁘고 귀찮았는지 3년이 지난 이제서야 기억을 되새기며 키보드를 두드려 본다.
1년여의 워킹홀리데이는 한국으로 돌아온 내 삶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진 않았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 떠나기 전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였고, 원래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며, 평소에 가던 곳을 다녔다. 그렇게 1년 2년 살아가다 보니 덴마크로 떠나기 전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많은 것들이(가벼운 생각에서부터 어떤 이념과 신념들) 실제론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전보다는 아주 조금 내 마음이 너그러워졌다는 것과 덴마크에서 마주친 인연들이 이젠 내 사람으로 남았다는 것. 그리고 그때의 추억과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검색만 하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덴마크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바이블은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미 부지런하고 월등히 글솜씨 있는 사람들이 벌써 온라인 상에 아주 친절히 설명해놓았을 터였고, 궁극적으로 나는 실패를 경험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두발로 다녀온, 만나온, 그리고 느껴온 것은 또 오롯이 나만이 기록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런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게 되었다. 내 실패 또한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고. 또 어쩌다 택한 덴마크 워킹홀리데이는, 어쨌든 나를 변화하게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