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견적 수의계약, 왜 입찰이라 불릴까?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벤저민 리 워프의 언어상대성 가설은 “언어가 사고를 규율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brother에는 한국어처럼 형과 동생의 위계 개념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만나자마자 나이를 묻고 위아래를 정리하지만, 영어권에서는 단순히 ‘형제’라는 관계만 존재합니다. 호명(이름 붙이기)방식이 곧 사고와 사회적 관계를 규정하는 셈입니다.
공공계약에서도 언어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인 견적 수의계약입니다.
2인 이상의 업체로부터 견적을 제출받고, 낙찰 하한선 이상을 투찰한 자를 계약상대자로 지정하는 구조.
이 절차가 입찰의 형식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이를 쉽게 “입찰”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명백히 수의계약입니다.
문제는 잘못된 호명이 실제 행정의 오류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2인 견적 수의계약에서 유찰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는 여전히 수의계약 범주 안에서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이를 “입찰 유찰”로 오해하면, 마치 일반 경쟁입찰에서처럼
1인 수의계약 전환을 추진하는 잘못된 행정으로 이어집니다.
즉, “입찰”이라는 호명 자체가 담당자의 사고를 오도하고, 절차와 결과까지 왜곡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르는 대로 행동한다.”
2인 견적 수의계약을 ‘입찰’이라 부르는 순간, 사고와 절차는 입찰 논리에 끌려갑니다.
따라서 정확한 호명은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닙니다.
공공계약의 합법성과 행정의 정밀성을 지켜내는 출발점이며,
담당자가 올바른 기준 위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