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재정 관리에서 벗어나 독립 법률로
근대 행정국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는 단순한 세금 징수자를 넘어, 도로, 항만, 행정시설 등 방대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하는 거대한 수요자로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수립 초기, 공공계약은 독립된 제도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1951년 제정된 **「재정법」**과 1961년의 **「예산회계법」**은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계약은 그저 예산을 집행하는 수단 중 하나로만 규정되었습니다. 이 시기 계약에 대한 규정들은 예산의 절약을 강조하고, 지출 절차를 통제하기 위한 부속 절차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사업이 시작되면서 기존의 틀로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복잡해지는 거래 관계 속에서 단순한 예산 관리 규정만으로는 계약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려웠습니다. 대규모 공사에서 발생하는 설계 변경, 물가 변동 등의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고, 국제적인 공정성과 투명성 요구 또한 커지면서 계약 자체를 규율하는 독립 법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95년, 드디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약칭 국가계약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존 법률에서 조항을 분리해낸 것을 넘어선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공공계약이 재정 관리의 종속적인 절차에서 벗어나, 국가와 민간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 독자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국가계약법의 탄생은 정부의 역할이 **'예산 집행자'**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계약 주체'**로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로써 국가는 계약에 있어서도 법치주의 원칙을 따르는 존재임을 명확히 했고, 이는 민간 기업이 국가와의 거래에서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