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의 굴레]1편 그 전화 한 통

혼돈의 시작

by 조민우

1월 2일, 시무식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날이었다. 정기 인사 발령이 떨어지고, 모두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새로운 자리로 짐을 옮기느라 분주했다.김한결도 그중 한 명이었다. 새로운 자리에 앉자마자 그에게 '계약 업무 담당'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그의 책상에는 전임자가 남긴 낡은 서류철과 함께,읽을 수는 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수인계서가 놓여 있었다. '알아서 잘하라'는 무언의 압박에 그는'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수한 서류와 알 수 없는 행정 용어들 사이에서 허둥대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일을 못한다'는 꼬리표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었다.

당장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는 반드시 자신의 몫을 해내고 싶었다.


그때, 사무실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한마디가 들려왔다.


"…계약 어떻게 하죠?"


김한결은 잠시 멍해졌다. 그 질문은 너무나 단순했지만, 동시에 너무나 거대했다. '계약'이라는 단어 외에는 어떤 단서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정보를 물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는 겨우 "정리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끊고, 곧바로 방대한 법률과 서류를 뒤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알아서 하던 업무이기에, 그도 해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이 그를 이끌었다. 전임자의 인수인계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방대한 자료들은 그를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그의 순수한 믿음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지만, 그 순간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 전화 한 통은그가 가진 책임감이 현실과 처음으로 충돌한 순간이자, **'공공계약의 굴레'**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첫 번째 신호였다.

작가의 이전글계약은 전래동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