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전래동화가 아니다

구전(口傳) 행정이 남긴 그림자

by 조민우

한때 우리 행정은 "그렇게들 해왔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말 한마디로 움직이곤 했습니다. 선배 공무원이 전해준 방식, 옆 부서에서 들려온 처리 사례, 누군가 남겨둔 메모가 업무의 근거가 되던 시절이 있었죠. 마치 전래동화를 구연하듯,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지식과 경험이 계약업무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래동화가 세대를 거치며 조금씩 내용이 왜곡되듯, 이런 구전 행정 또한 왜곡과 오해를 불러왔다는 데 있습니다. 법령과 예규, 지침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이렇게 하라더라”는 식의 업무처리는 결국 감사 지적이나 소송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계약업무는 법과 제도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공공계약은 단순한 거래가 아닙니다.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과정이자, 행정의 신뢰를 지탱하는 약속입니다. 그렇기에 업무는 반드시 법령, 예규, 지침이라는 공적인 근거 위에서 처리되어야 합니다. 재량과 판단이 개입할 수는 있지만, 그것 또한 제도의 언어 속에서 설명 가능해야 합니다.


사업담당자들이 흔히 “계약업무는 어렵다”며 기피하거나, 단순히 관행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오히려 공공계약이 가진 특수성을 이해하고, 제도의 틀 안에서 학습하는 것이야말로 본인의 권한을 지키고 책임을 줄이는 길입니다.


더 이상 전래동화에 기대지 말아야

오늘날 우리는 언제든 법령과 지침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에 있습니다. 판례와 유권해석 또한 공개적으로 축적되고 있죠. 이제는 "구전된 방식"이 아니라, 근거 있는 자료와 공식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계약업무는 결코 전래동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록된 제도이며, 근거 위에서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영역입니다.

결론적으로, 사업담당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교훈은 하나입니다.

“업무는 법과 제도의 언어로 기록되어야 한다.

전래동화는 아이들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책임의 언어로 계약을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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