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의 굴레] 3편
챗바퀴의 진실

깊은 체념으로

by 조민우

김한결의 노력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마찰을 불러왔다.

그는 해 뜨기 전에 출근해 해가 진 후에야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고수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꼼꼼함은 오히려 상대 부서의 잦은 불만 전화와상사의 한숨 섞인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의 의욕은 서서히 마모되고,

정신은 포스트잇에 적힌 수많은 문제들처럼 조각나기 시작했다.


밤늦게 불이 꺼진 사무실에서 홀로 서류를 들여다볼 때마다,

그는 자신이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어느 늦은 밤, 그는 무거운 서류철을 정리하다가 전임자의 기록들을 발견했다.

연도별로 정리된 계약 서류들은 놀랍도록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매년, 새로운 담당자가 온 뒤 첫 몇 달간은 혼란의 흔적이 역력했다.

서류의 형식은 불규칙했고, 전화 통화 기록에는 답답함이 배어 있었다.

그러다 3개월쯤 지나면 관행을 따르는 듯 서류들이 일률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그해 말에는 능숙한 전문가의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담당자가 바뀌는 지점이 되면,

또다시 새로운 이름과 함께 혼란의 기록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는 무릎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고통이 개인의 무지나 무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그에게만 닥친 시련이 아니라, 순환 보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비극이었다.

첫 발령의 혼란, 법과 관행 사이의 갈등, 그리고 결국 관행에 순응하게 되는 과정. 이 모든 것은 그가 처음부터 달려온,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챗바퀴였다.


그의 눈에 들어온 수많은 포스트잇들이 더 이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개인에게 전가되어, 쌓이고 쌓인고통의 찌꺼기였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싸워왔던 것이 법과 관행이 아니라,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스템'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희망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그를 짓누르던 감정은 분노나 좌절이 아닌,


깊은 체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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