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의 굴레] 4편
마지막 노력과 좌절

도달할 수 없는 원칙

by 조민우

체념은 포기보다 더 깊은 감정이었다.

김한결은 더 이상 옳은 길을 찾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대신,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기자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서류철을 뒤적이는 그의 손놀림은 더 이상 의욕에 찬 몸부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해왔던, 목적 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의 책상 위 '법적 검토 필요' 포스트잇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쌓아두고, 쌓여가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처음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담당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한결님, 저희 그 계약… 어떻게 됐나요? 서류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건가요?"



김한결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자신에게 다시돌아온 문제였고, 이제는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밤늦게까지 들여다본 법률 조항들과 지침들이 떠올랐다.

그는 답답한 관행 대신,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담당자는 그의 답변에 놀란 듯 잠시 침묵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듯한 희미한 희망을 느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그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담당자님, 그건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요… 전에 담당자님은 그냥 이렇게 하라고 하셨는데…"


현우는 담당자 목소리에서 악의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익숙한 길을 가고 싶어 하는, 또 다른 평범한 공무원의 목소리였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은 그에게도, 담당자에게도 엄청난 부담이자 방해물이었다.

더 이상 설명할 의욕조차 사라졌다.


그는 그 전화가 자신에게 던져진 유일한 구원이었음을 깨달았고,

그 구원을 스스로 차버렸다는 사실에 무너져 내렸다.

모든 노력과 고통이 결국 아무 의미 없었다는 잔혹한 진실 앞에서


그는 무릎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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