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의 굴레] 5편
공공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지우다

by 조민우

돌아선 그의 발걸음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두 가지뿐이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며 혼자 고통스럽게 길을 잃거나, 아니면 관행이라는 이름의 좁은 샛길을 따라가는 것.

그는 후자를 선택했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저항으로 동료들과 자신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만큼이나, '성가신 사람'이 되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

그의 책상 위 '법적 검토 필요' 포스트잇은 여전히 쌓여 있었지만,

이제 그에게는 그저 무시해야 할 배경이 되었다.




어느 날,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장이 그를 찾아왔다. 평소와 달리 그의 표정은 딱딱했고,

서류 하나를 그의 책상에 툭 던졌다.


"이 계약 건, 이번 주까지 처리해. 중요한 사업이라서 그래."


서류를 검토하던 그의 눈에 문제점이 들어왔다.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했다.

과거의 김한결이었다면 곧바로 법적 검토 포스트잇을 붙이고, 관련 부서에 수정을 요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서류를 들고 부서장에게 다가갔다.


"부서장님, 이 서류는 규정상 문제가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부서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거? 우리가 다 알고 있어. 그런데 지금 이거 한 건으로 사업이 멈추면 피해가 더 커져.

지금 당장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우리가 감수해야 해."


'공공의 이익'. 그 단어가 김한결의 가슴을 찔렀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은 그 거창한 단어 아래서 정당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노력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의 마지막 양심마저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거대한 논리에 무릎 꿇어야 했다.

그는 더 이상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직 한 마디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는 서류를 들고 자리로 돌아와 '공공의 이름으로' 타협한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의 손에 들린 도장은 더 이상 법을 집행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문제없이'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양심에 찍는 낙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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