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의 굴레] 6편
the blue pill

또 다른 시작

by 조민우

체념은 곧 익숙함이 되었다.


김한결은 이제 능숙하게 관행을 따랐고, 더 이상 야근으로 고통받지 않았다.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오명은 사라졌고,

그는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에게 새로운 발령이 떨어졌다.


다른 부서의 새로운 업무.


그의 2년간의 고통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낡은 서류철을 새로운 담당자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서류철은 자신을 짓눌렀던 무게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새로운 담당자가 들어왔다.

불안한 눈빛과 낯선 표정.


김한결이 처음 그 자리에 앉았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모든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사무실을 나서려 할 때,

그의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새로 온 담당자가 머뭇거리며 수화기를 들었다.


"네, 회계과 계약 담당입니다."


김한결은 잠시 멈춰 섰다.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2년 전의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길었던 터널을 지나온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실 문이 닫히는 순간, 등 뒤에서 낯설면서도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약 어떻게 하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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