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 1억 원까지 수의계약?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1인 견적’과 ‘2인 견적’의 결정적 차이, 그리고 함정

by 조민우

"주무관님, 여기 여성기업이니까 8천만 원짜리 그냥 수의계약으로 끊어주세요."

사업부서 과장님이 업체 명함을 들고 와서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계약 담당자는 순간 멈칫한다. 법령집을 찾아보니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여성기업과 장애인기업은

추정가격 5천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아, 법에 되니까 그냥 도장 찍어줘도 되나 보다."


잠깐, 여기서 도장을 찍으면 바로 감사 지적 사항이다.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말과 '네 마음대로 업체를 찍을 수 있다'는 말은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1. 수의계약의 두 얼굴: 1인 견적 vs 2인 견적

수의계약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금액에 따라 절차가 하늘과 땅 차이다.


[Easy Mode] 1인 견적 수의계약 (내가 널 선택했어)

대상: 일반 기업 2천만 원 이하, 여성·장애인기업 5천만 원 이하.

방법: 그냥 그 업체 견적서 하나만 받으면 된다.(원가산정의 비교견적과 다르다) 담당자의 재량권이 100% 발휘된다. 소위 말하는 "찍어주기"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구간이다.


[Hard Mode] 2인 이상 견적 수의계약 (경쟁인 듯 경쟁 아닌)

대상: 2천만 원 초과(일반), 5천만 원 초과(여성·장애인·청년·사회적 등).

방법: 특정 업체를 찍을 수 없다. 나라장터(G2B)에 공고를 올려서 2명 이상의 견적을 받아야 한다. 이름은 수의계약인데, 사실상 소규모 경쟁입찰이나 다름없다.


2. 5천만 원과 1억 원 사이, ‘마의 구간’

문제는 여성기업이 5천만 원을 넘고 1억 원 이하일 때 발생한다.

이 구간은 수의계약 대상은 맞지만, ‘2인 이상 견적’을 받아야 하는 구간이다.

여기서 담당자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과장님은 A업체(여성기업)와 계약하라고 하는데, 2인 견적을 받으려면 공고를 띄워야 하네?"

그래서 꼼수를 생각한다."그럼 A업체랑 친구인 B업체(여성기업)한테 같이 투찰하라고 하면 되나?"

절대 안 된다. 이건 담합이다.


3. 결론: 1억 원의 진짜 의미

결국 여성·장애인기업 수의계약 한도가 1억 원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다음과 같다.

5천만 원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업체랑 계약해도 된다. (1인 견적)

5천만 ~ 1억 원: 수의계약이라는 '방식'은 쓸 수 있지만, 투명하게 공고를 올려서 경쟁(2인 견적)을 붙여야 한다. 단, 입찰보다는 절차가 간소할 뿐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과장님이 "여성기업 1억까지 된다며!"라고 우기시면 이렇게 대답해 드리자.

"과장님, 수의계약은 되는데요. 그 업체를 콕 집을 순 없고요, 장터에 올려서 1등 하는 업체랑 해야 합니다."


수의계약(隨意契約)은 '마음(意)대로 따르는(隨) 계약'이라지만,

금액이 커지면 담당자의 '마음'보다는 시스템의 '절차'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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