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이 갈라지는 결정적 순간
"팀장님, 1순위 업체가 못 하겠다고 포기각서를 냈습니다. 급하니까 국가계약법 준용해서 바로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도 되죠?"
힘들게 입찰까지 갔는데 1순위가 도망갔을 때, 담당자는 절망합니다. 시간은 없는데 공고를 또 띄워야 하나? 이때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습니다.
"국가직 선배들은 낙찰자가 도망가면 그냥 수의계약 하던데?"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당신이 지방자치단체(시청, 구청, 교육청) 소속이라면, 그 '비상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계약법에 있는 그 조항이 지방계약법에는 쏙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1. 쌍둥이인 줄 알았지? (착시 효과)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은 95% 이상 흡사합니다.
그래서 많은 실무자가 "지방계약법에 없으면 국가계약법을 준용하면 된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입법자가 의도적으로 다르게 만든 5%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낙찰자가 계약을 포기했을 때'의 처리 방법입니다.
2. 국가의 비상구 vs 지방의 막다른 길
국가(National):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8조에는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때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있습니다. 즉, 1등이 도망가면 2등이나 다른 업체랑 바로 계약해도 됩니다. (비상구 있음)
지방(Local):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방계약법에는 저 조항이 없습니다.
대신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은 냉정하게 말합니다.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재공고입찰에 부칠 수 있다."
즉, 수의계약(지름길)으로 가지 말고, 다시 공고를 띄워서 처음부터 경쟁시키라(Back to Start)는 뜻입니다.
3. 왜 지방만 가혹하게 구는가?
왜 다르게 만들었을까요?
명확한 해석은 없지만, 지방 계약의 투명성을 더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안 그래도 좁은 지역 사회에서 1등이 포기했다고 바로 수의계약으로 돌리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특혜 시비"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방직 공무원이 국가 규정을 들고 와서 "수의계약 하겠습니다"라고 결재를 올리면, 그것은 '법적 근거 없는 계약'이 되어 감사 지적 사항이 됩니다.
4. 유찰(입찰자 없음)과 헷갈리지 마라
단, 헷갈리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재공고 결과 아무도 안 들어왔다(유찰): 이건 지방도 수의계약 됩니다. (시행령 제26조)
재공고 결과 누군가 1등이 됐는데, 걔가 도망갔다(낙찰 포기): 이건 지방은 수의계약 안 됩니다. 다시 공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