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에서 샀다고 품질검사를 생략해도 될까?
"아니 감독관님, 이거 조달청 쇼핑몰에서 관급으로 사주신 거잖아요. 국가가 인증한 제품인데 굳이 비용 들여서 또 품질시험을 해야 합니까? 그냥 넘어갑시다."
현장에서 방음벽이나 가드레일 같은 관급자재가 들어오면 시공사 소장님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조달청 우수제품이나 KS 인증 제품은 이미 공장에서 깐깐한 검사를 통과한 엘리트 제품들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맹신'은 금물입니다.
조달청 마크가 찍혀 있다고 해서, 현장에서의 '품질검사'가 면제되는 프리패스(Free Pass)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1. 배송 중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공장에서 출하될 때는 완벽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트럭에 실려 수백 킬로미터를 오는 동안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고, 하필 그날 생산된 배치(Batch)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13조는 명확히 규정합니다.
"계약상대자(시공사)는 관급자재를 인수할 때 이를 검수하여야 하며...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즉시 통지하여야 한다."
즉, 관급자재라고 해서 시공사가 "아, 몰라. 국가가 준 거니까 그냥 달아야지" 하고 설치했다가 나중에 하자가 터지면?
"그걸 확인 안 하고 설치한 당신 책임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조달청 물건이라도 내 현장에 들어온 이상, 1차 검수 책임은 받는 사람(시공사)에게 있습니다.
2. 설계도서가 곧 헌법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설계도서'입니다.
조달청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 공사 현장의 설계도면과 시방서(Spec)에 "현장 반입 시 인장강도 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합니다.
품질관리비에 시험 비용이 잡혀 있다면 더더욱 피할 명분이 없습니다. 조달청의 '일반적인 품질 보증'보다, 우리 현장의 '특수한 설계 기준'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공사 기간이 짧고 금액이 소액이라도, 설계서가 시키면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기 싫으면 설계변경을 통해 시험 항목을 빼야지, 임의로 생략하면 안 됩니다.)
3. '책임 떠넘기기'를 조심하라
가끔 시공사는 품질시험을 귀찮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시험하다가 불합격 나오면, 감독관님이 조달 업체랑 싸우셔야 해요. 골치 아프실 텐데..."
이 말에 넘어가서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시험을 생략하면, 그 순간부터 모든 책임은 감독관(공무원)이 떠안게 됩니다. 나중에 감사에서 "왜 규정된 시험 안 했어?"라고 물으면, "조달청 물건이라서요"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합격이 나오면 당당하게 교체를 요구하면 됩니다. 그게 감독관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