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만의 메이저 제조사 신형 필름 카메라 pentax17 첫 롤
2024년 6월 17일, 펜탁스17이 드디어 펜탁스17이 발표되었다. 2022년 12월 리코이미징에서 필름 카메라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펜탁스17은 P&S(Point & Shoot) 필름 카메라로 우리가 흔히 자동카메라라고 부르는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펜탁스17 이전의 P&S카메라는 2012년에 단종된 후지필름의 클라쎄W라는 모델이다.(나는 이 모델도 가지고 있다!)
펜탁스17의 특징은 하프카메라, 목측식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36장 필름 한롤을 넣으면 한 장 공간에 2장씩 촬영되어 총 72장을 촬영할 수 있고 기본 촬영이 세로 형태다. 그리고 포커스는 자동으로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따라서 초점을 설정해줘야 하는 점도 특징이다.
이런 제조사의 개발 방향은 스마트폰의 세로 사진에 익숙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비싸진 필름 가격에 덜 영향을 받고 필름카메라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개발 방향이기는 하다. 오토포커스에 메탈바디가 들어갔다면 출시 가격은 훨씬 더 비싸졌을 것이다.
그럼 오랜만의 신상 필름 카메라 펜탁스17의 첫 롤 사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진은 인물 사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컷을 올렸고 현상소에서 스캔한 원본 이미지라는 점도 참고해서 보시면 좋다.
카메라: 펜탁스17
필름: 하만 피닉스200
현상소: 엘리카메라
첫 번째 컷은 거의 첫 샷인데 역시나 목측식에 적응하지 못했고 카메라에 대한 감도 없어서 밤 시간에 실내에서 오토로 하고 촬영하니 플래시가 터졌다.
펜탁스17에는 데이터백이 없다.
21세기에 나온 카메라에 데이터백이 없다는 것에 분노했었지만....
어차피 장수가 많이 찍히니까 그날에 촬영을 시작할 때 폰이나 시계를 찍으면 되잖아?
라는 생각을 하고 찍었던 사진이 두 번째 컷이다.
하지만... 내가 목측식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ㅎㅎ
그래도 (8월) 4일 13시:57분에 찍기 시작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위쪽 사진들은 한참 한낮일 때 촬영한 사진들인데 피닉스200 필름의 특징인 붉은빛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찍은 사진은 잘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암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만큼 빛의 차이가 큰 풍경을 찍으면 어두운 부분이 거의 안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들어있던 필름이라서 사용했지만 특징이 너무나도 명확한 필름이라서 개인적으로 다음에 또 쓸 것 같진 않다.
해가 거의 넘어간 다음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더더욱 암부가 없어진 느낌을 볼 수 있다.
강렬한 느낌의 사진으로 촬영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풍경, 인물을 찍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따로 보정을 한다면 좀 더 밝은 사진을 만들 수 있겠지만 필카는 왠지 잘 안 나와도 스캔한 사진 원본이 좋은 것 같은 건 그냥 내 느낌 같기는 하다.
이 두 장은 실내에서 P모드에 두고 찍은 사진 같다.
펜탁스17은 반셔터를 누르면 노출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파란불이 빠르게 깜빡 거린다면 노출이 부족하다는 것이니 그럴 때는 오토로 바꾸거나 달이 그려져 있는 저속셔터 모드로 바꾸는 게 좋다.
위의 컷들은 정말 일상에서 다니다가 찍은 사진이다.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없이 찍으면 엉망으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차 안에서 오늘을 표시하는 아이폰 화면을 담고 싶었지만 아마도 P모드였기 때문에 제대로 안 나온 것 같고 하늘을 찍었던 사진은 흐린 날이었기 때문에 P모드보다는 저속촬영 모드가 나았을 것 같다. 아마도 빠르게 깜빡이던 파란 불빛을 무시하고 찍은 것 같다.
나머지 두장은 차 안&비 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좋은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잘 보면 저 멀리에만 비가 오는 제주에서 흔히 보는 모습 중 하나다.
다음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제주 서쪽의 애월 전당포에 갔을 때다.
흐린 날은 아니었는데 실내가 좀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노출이 문제가 아니라 초점이 제대로 맞은 게 없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는 4번째 롤을 찍고 있는데 과연 이후에는 좀 나아졌을... 까...??
제주 동쪽에 살면서 제주 서쪽은 잘 안 간다. 특히 애월을 지나 안덕까지 가는 것은 정말 스페셜한 일이다.
이런 스페셜한 날에 어울리는 푸들 모양의 구름을 보면서 간 오랑우탄면사무소는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아버렸다. 지난번에는 개인 사정으로 문 닫았던 경험이 있어서 매우 허탈한 마음이었다.
결국 근처에 있는 만두전골 집을 갔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는지 배고파서 맛이 있었는지는 사진처럼 희미하다.
노을 시간에 맞춰서 협재해수욕장에 갔다.
역시 노을은 서쪽이다. 동쪽은 노을을 이렇게 예쁘게 볼 수 없다.
사진에는 너무 어두운 것처럼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어둡지 않았다.
피닉스400 필름의 특징 때문에 노을과 대비가 엄청나게 컸고 이 영향으로 더 어둡게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거친 입자 때문에 이런 특징과 함께 사진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 것 같기는 하다.
특히 아내 뒷모습을 찍은 건 핑크빛으로 나와서 정말 맘에 든다.
해가 지면서 점점 붉게 물든 하늘을 피닉스400은 활활 붙타오르는 하늘로 만들어줬다.
덕분에 붉었던 해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보니 협재 해수욕장은 해가 질 때도 이쁘지만 해지는 반대쪽도 이쁘다. 특히 야자수와 함께 나온 사진은 정말 이국적으로 나온 것 같다. 가보지도 않은 캘리포니아 같은 느낌이랄까...?
아내에게 필름 카메라를 쥐어주면 초점을 못 맞출까 봐 걱정하는데 그런 면에서 펜탁스17이 좋았던 점은 내가 미리 초점거리를 맞춰놓고 주면 구도만 맞춰서 찍으면 되기에 이런 부분은 장점이다.
다만 역광이라서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을 못했다...;;;
마침 저 멀리 비행기가 지나갔었는데 펜탁스17이 하프라서 해상도가 별로라는 말이 있어서 한번 찍어봤는데 저 멀리 있는 작은 비행기의 형태가 명확하게 보이는 거 보면 해상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해가 거의 다 질 때까지 구경하고 복귀했다. 해진 후 차 안 사진은 절대 불가라는 걸 사진 보고 다시 확실하게 알았다.
세화 해변에서 맑은 낮에 찍었을 때 사진은 붉은빛이 너무 강해서 별로였지만 노을 질 때의 사진은 필름 특성에 맞아서 그랬는지 꽤 맘에 들게 나왔다.
암부가 조금만 더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노을 때의 사진은 맘에 든다.
나머지 필름은 버스 타고 출근하는 날 아침에 찍었는데 아침이고 날이 맑았는데도 어둡게 나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피닉스 필름은 노출을 +1 정도 하는 게 좋다고 한다. 노출을 올려도 되고 혹은 카메라에서 iso를 한 단계 낮춰서 찍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감도를 낮게 설정하면 카메라는 어둡게 찍힌다고 판단하고 셔속을 더 늘려서 밝게 찍으려고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밝게 찍히는 원리다.
피닉스 필름을 다시 사용하진 않을 것 같지만 혹시나 사용한다면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다.
펜탁스17 첫 롤은 총 79장이 촬영됐다.
이 중에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은 8장 정도다.
개성 강한 피닉스400 필름의 영향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목측식 카메라의 영향인 것 같다.
펜탁스17 두 번째 롤 흑백 필름인 "일포드 XP2 슈퍼 400"이다.
과연 두 번째 롤은 초점이 잘 맞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