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매직
조카는 장난꾸러기이다. 말을 정말이지 드럽게 안 듣는다. 그러다가 가끔 잘 들을 때도 있다. 어쩌면 반대일 수도 있다. 말을 정말 잘 듣는데 가끔 장난 치는 걸 내가 너무 부각해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조카는 그래, 가끔 말 안들어서 열받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할 수 있다. 말을 안듣는 것의 예를 들면 이 닦으러 가자~ 하면 꼭 화장실로 가는척하다가 화장실옆 방으로 들어가서 놀고 있다거나 뭐 이런 거다. 그리고 레고를 다 뒤엎어 놓고 레고를 꼭 나한테 치우라고 한다. 이 나이 때 아기들이 다 이런 것일수는 알 수 없으나 암튼 가끔 이럴 때는 나도 참다 참다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런 조카에게 화를 낸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때마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줄거라고 하고,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고 그런 얘기도 했다. 그럼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수긍하지 못하는 표정을 조카가 짓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조카에게 언니가 물을 스스로 떠와서 먹도록 시키는데 조카는 "엄마가~ 엄마가~"이러면서 계속 안 하고 뻐둥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였다. 언니가 "형아는 이제 물 떠먹지?" 이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조카는 "형아들은 물 떠먹는거지? 아기들이 안 떠먹는거지?" 이러면서 조카가 물을 뜨러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박수를 쳐주며 "오~혼자서 잘하네!" 이러면서 칭찬을 마구 해주었다. 그렇다!! 마법의 단어는 형아였던 것이다!! 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동안 안듣는 수법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되네라고 이야기 해줬다.
어쩌면, 형아라는 대상이 조카에게는 엄청난 무엇인가? 조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지금은 아마 형아인걸까? 아니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기 때문일까나? 그래서 그런것일까. 그래서 조카는 이렇게 신나게 물을 뜨러가고 하는 것일까? 그게 무엇이든 간에 조카가 멋쟁이가 되는 단어는 바로 '형아'였다.
말을 안 듣는 조카와 말을 안 들어주는 이모는 그래도 이렇게 지낸다. 조카는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냥 가끔 내 마음이 여유가 없을 때 녀석이 가끔 악마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내 여유가 없을 때 더 그런 것 같다. 잘 참아야 하는데 아직 내가 잘 참는 어른이 아니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조카에게 화를 냈던 일이 미안하다. 조카보다는 내가 더 빌런인 것 같다. 그냥 이제 잘 참아야지 싶다. 어른이 되서도 조카에게도 이렇게 어른처럼 굴지 못하면 조카는 머리속으로 많이 혼란이 오겠지 싶다. 조카야. 이따가 어린이집 갔다오면 잘 놀아줄게. 이따 재밌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