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왜 공부만 해?
9월의 어느날이었다. 그날은 조카랑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언니가 일을 시작했다. 어쩌다보니 언니의 꿈은 나의 꿈과 늘 겹쳤다. 언니도 영어영문과를 갔고, 나 또한 영어영문학과에 들어갔다. 언니는 학원에서 영어강사가 되어 일을 했었고, 나는 조그마한 무역회사를 전전하다 결국은 영어강사가 되서 일했었다. 언니는 대학생 때 문예창작학과에 편입을 하고 싶어했고, 한 때 작가의 꿈을 꿨다. 묘하게도 지금은 내가 사이버대에서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나 또한 작가의 꿈을 꿨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꿈을 꾸던 두명 중에 한 명은 엄마가 되고, 한 명은 뒤늦게 작가지망생이 되었다. 둘의 삶의 많은부분이 겹치는 것은 그냥 내가 언니의 삶을 따라한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카에게 사랑을 주는 나는 어쩌면 이 사랑도 따라쟁이의 일부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언니가 일을 하고 돌아왔다. 언니는 다시 전공을 살려 영어강사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조카랑 단 둘이 있을 시간이 늘어났다. 언니가 목욕하는 그 시간, 나는 조카에게 티비를 틀어주고는 글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강의를 보고 있던 것 같기도. 그 때 조카가 나에게 물어봤다. 이모는 왜 공부만 하냐고. 공부 다 했냐고. 그러게. 나는 잠깐동안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이모 일년정도만 공부 더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다 사실이다. 일년정도 더 공부하면 나는 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모는 글 써서 책 쓰는 사람이 되려고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부끄럽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이모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글밥 먹는 것이 소원이다. 그리고 쓰는 삶은 어쨌거나 현재진행형이다.
조카에게 그러니 이모가 내년에는 책을 낼 테니 글을 배우라고 했다.(도대체 무슨 배짱인가.하하) 지금 조카는 만 4세로 예전 한국나이로는 5살이다. 그런 조카는 아직 한글을 잘 읽지 못한다. 그리고 조카는 유튜브를 볼때면 온갖 여러나라 언어로 나오는 영상을 다 본다. 본인도 이게 한국어인지 어느나라 말인지 헷갈려하는 듯 하다. 이렇게 다중언어를 접하는 것은 안좋은 거라고 병원에서도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니다보니 내 몸이 힘들면 그냥 조카에게 유튜브키즈를 보여줘버린다. 아. 이런 조카가 나중에는 한글을 잘 해서 내년에 이모가 책을 내면 그것을 읽을 수 있을까. 아. 이모는 책을 낼 것인가. 그것은 사실 힘든 얘기다. 나나 조카나 서로에게 어려운 일이다. 하하.
하지만 녀석에게 약속했다. 이모는 왜 공부만 해. 뼈를 때려버렸다 녀석이. 그래 공부는 그만할 때도 됬다. 그냥 부딪혀서 글을 써야할 때인 것이다. 그렇게 내고 싶어했던 에세이집을 내고 그렇게 내고 싶어했던 소설집을 내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써놓은 글들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녀석의 질문에 내년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어 놓을 때도 되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이모는 책을 내고, 그리고 녀석과 함께 이야기 할 것이다. 이모는 월요일만 영어강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이모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이모는 작가라고 말이다. 그렇게 책을 들고 뽐내며 이야기 해 줄 것이다. 유치하지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조카에게 부끄러운 이모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조카와의 시간을 미루고 내가 하고자 했던 거니까. 뭐... 내가 조카에게 그만큼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나 그래도 녀석을 좋아하니까 내리사랑을 해주고 싶다. 그러니 그 시간을 미룬만큼 좋은 작가가 되겠다. 녀석아. 꼭 너도 커서 내 책을 사렴 조카야.
그리고 언니의 삶을 두번째로 흉내를 낼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는 이것만큼은 독특하게 나만의 길을 가려고 한다. 바로 작가로서의 삶 말이다. 비로소 나는 나로서의 나만의 삶을 이제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