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8월 여름의 기억

여름 날의 하우스 귤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아세요?

by 미카

매일매일 소중한 일상. 8월 주말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어떤 상담심리학자가 그랬다지. 그냥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매일매일 아침 일어났는데 그럴 때마다 신나면 그건 환자라며...그렇지. 나는 아마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매일매일 재밌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않나요? :) 8월 17일 어느 주말에 쓴 글을 옮겨둡니다.




조카와 언니와 오늘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강화에 다녀왔다. 사실 강화를 가려고 했던 건 아니고 커피를 드라이브쓰루에서 테이크아웃 한 뒤, 마트에 들러 귤과 사과를 사오는 루트였는데 어쩌어찌하다 보니 강화도에 있는 고인돌유적지까지 다녀오게 되었네.




언니의 차는 우리 이모가 주신 차다. 은찬이의 이모할머니가 초보 딱지 떼면 그냥 팔고 다른 좋은 차를 사라며 초보 때 타시다 주신 차이다. 우리 형편에 다른 차를 사기는 좀 그런 상황이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면에서 그렇다. 그래도 우리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차이다. 까만 SM5인데 그래도 차도 튼튼하고 조카와 내가 뒷자석에 타기에도 무리없고... 에어컨이 거의 다 죽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차다. 에어컨이 비실비실하니 바람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주니까 정말 아낄 수 밖에 없는 그런 차다. 조카가 주말마다 밖에 나가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데 그럴 때마다 드라이브할 수 있도록 고장 안나고 기다려주니 얼마나 착한 녀석이냐!




우리가 차에 애칭은 안지어줬지만 나는 드디어 이 차에 애칭을 지어주려고 한다. 자동차이름을 조카와 협의해보기로 했더니 은찬이가 차이름을 '방구'라고 지어줬다. 좀 더 근사한 이름은 없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방구보다는 나아서 그냥 까망이라고 이름짓기로 했다. 차가 까만 색인데 너무 원초적인 이름이기는 하나 그럼 마지막으로 언니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언니는 차 이름 짓는것도 귀찮다고 한다. 정말 시크한 성격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내 맘대로 까망이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해서 프레토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한다.


포르투갈어로 black, 검정을 preto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차에 까망이 라는 이름과 프레토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한다. 포르투갈어로 이 발음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프헤토?이렇게 읽으려나 ? 그래도 나는 그냥 대충 프레토라고 부르기로 한다.

어쨌든 차이름은 신경 쓴 건지 어쩐건지 대~충 이렇게 지어주고. 그럼 나는 오늘의 일정을 다시 한 번 복기해본다. 우리는 고인돌을 가기전에 강화로 가는 길에서 처음으로 다른 다리를 지나갔다. 이 쪽으로 올 때마다 초지대교로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길을 가게 됐는데 게다가 꽤나 신기한 면이 있었다. 뭐가 신기한가 하면은 조카가 예전에 아빠랑 이 길을 온적이 있는데 그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빠랑 둘이 드라이브하고 오면서 그 길에 터널이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그게 굉장히 신기했다. 조카가 기억력도 좋구나 하면서. 차타고 뒷자석에서 본 길을 그렇게 잘 기억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예전에 쥐 실험을 했을 때 미로를 잘 찾는 수컷이 바람을 필 확률이 더 크다는 연구를 본 기억이 있다. 어쨌거나 조카는 나중에 바람을 피는 수컷이 될 것인가... 그것도 참 걱정이다. 하긴 내가 이 애의 모든 삶을 통제할 수 없는데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그건 그때가서 생각할 일이다. 5살 아이한테 무슨.



우리는 고인돌에 도착해서 그냥 더워서 고인돌 사진만 덜렁 하나 찍고, 근처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사실 연극공연만큼 조카가 신나하지는 않았다. 아마 배도 고프고 졸리기도 한 어정쩡한 시간에 가서 그런 듯 하다. 조카와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는 길에 조카는 잠이 들었다. 녀석은 오는 길에 마트에가고 싶어했지만 카시트 위에서 내내 잠을 자느라 재밌는 마트 구경을 놓쳐버리고. 그 사이에 나는 마트에 잠깐 들려서 조카가 좋아하는 귤을 두 통 사왔다. 그리고 조카가 좋아하는 초코송이 과자를 샀다. 조카는 사과도 좋아라 하는데 아오리사과밖에 없어서 그냥 귤을 두통 샀던 거다. 조카가 내 자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쓰는 게 아깝지는 않다. 결국 조카를 핑계로 나도 귤을 하나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내가 먹기.하하.


조카를 핑계로 비싼 귤을 쇼핑할 수 있다니 유치하지만 진짜로 그런 면이 하나 있다. 사실 그냥 조카가 잘 먹고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는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은찬아.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 뭐가 되든 자기 밥벌이는 하자. 그 때는 여름날에 말야. 이모 하우스 귤 좀 너가 사주라 :) 잘자 꼬맹이.



목요일 연재
이전 14화조카와의 순간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