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의 순간들2

이제 절대 화내지 않을게.

by 미카


월요일에는 은찬이의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가 오셔서 은찬이를 봐주신다. 월요일에는 내가 청소년 아카데미에서 2시간동안 수업을 하기 때문에. 수,금은 내가 조카를 맡아서 어린이집 하원을 조금 일찍 시킨뒤 감각통합, 인지수업을 받으러 병원에 가고 금요일에는 언어수업을 받으러 병원에 간다. 은찬이 엄마인 언니는 월수금은 오후에 파트타임으로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조카가 한 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엄마가 왔다가 할머니가 왔다가 이모가 왔다가 이래. 그렇다. 애착이 되어지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존재하면 좋을텐데, 온 가족이 일하러 바쁘고 하다 보니 녀석은 엄마를 제일 좋아하지만 좀 헷갈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인지선생님과 상담을 좀 받아봤다. 애착이 되는 주 양육자가 있는 것이 좋지만 현재 그럴 수 없다면 그냥 은찬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 있다는 것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은찬이에게는 정말 아끼고 케어하고 있다고 말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는 상황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괜시리 눈이 조금 아린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눈에 뭐가 들어갔나 싶기도 하고... 안타까운 그런 기분이었다.


녀석은 성향을 보인다. 언니도 나도 말하기 좋아하지 않는 성향. 다행히도 2년간 수업을 받은 이 시점,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글이 어쩌면 이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보시면 상처가 될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짐작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언급을 굳이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 은찬이가 언어수업, 감각통합수업, 인지수업을 듣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녀석은 그래도 너무 예쁘다. 패턴대로 해야하는 강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위험한 행동을 너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녀석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자라주고 있어서 말이다. 때때로 말을 화딱지나게 안 들을 때도 있으나 말이다.


최근에 나는 월요일만 일하고 나머지 일상은 공부와 조카케어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래도 돈을 조금 더 벌어야 한다고 느꼈고 한 학원의 화목 파트타임 알바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 학원의 원장님은 면접 당시 나를 채용하겠다고 하시면서 한 가지 부탁을 하셨다. 바로 학생들에게 화를 내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화를 내는 것은 사실상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신이 화를 대신 낼 때도 있을테지만 나는 친절하게 학생들에게 대해달라는 말씀이었다. 가장 쉬운 방법. 그래 나는 그 때 조금 머리를 띵하고 맞는 느낌이었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출근 때 뵙겠다며 학원을 나왔다.


어쩌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식만을 택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정말 조카는 나긋나긋하게 말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아이인데 말이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말을 안 들으면 화를 내왔던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더 참고 더 다독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조카에게 그날은 정말이지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조카가 무턱대고 소리를 질러도, 나는 화내지 않고 조곤조곤 말하려 했다. 또 나와 조카가 둘이 있을 때 내가 사이버대 공부를 한답시고 너무 녀석을 방치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 그날만큼은 나도 조카를 옆에서 잘 케어했다. 조카는 내가 이런 마음을 먹은 것을 아는걸까. 조카는 수요일 감통, 인지수업을 듣고 나서는 전혀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내 말을 정말 잘 들었으며, 레고로 하는 인형놀이 역할극도 재미있게 했으며, 내가 다니는 사이버대의 라이브 강의 시간에 옆에서 장난을 칠지언정 못되게 보일 행동은 그날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기라는게 있기라도 한 걸까. 녀석이 내가 다 사랑으로 포용하겠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걸까. 정말 신기한 날이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편한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한 생명을 사람으로 만드는 일에, 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도 함께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니와 내가 바라며 사회가 바라는 방향으로 은찬이를 키우는 것, 훌륭한 일원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정말이지 되도록이지 참을 인을 머리속에 마음속에 새기기로 한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은 정말이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나는 은찬이의 주 양육자는 아니지만 말이다. 은찬아. 은찬이 성장하는 모습 보면서 이모도 성장하는 것만 같아. 우리 잘 크자 은찬아!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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