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옴의 역사 1) 고시원에서 혼자 삽니다(1)
다시 부모님과 살게 되었다. 열렬히 바라던 일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그리고 이 흐물흐물한 공기 속으로 다시 들어온 나는 그냥 또 한 번의 방황을 마치고 ‘돌아온 탕자’ 같은 느낌으로 살게 되어 버렸다. 얼마나 많이 내 삶에서 ‘돌아온 탕자’ 짓을 반복했는가. 물론 탕자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흥청망청 살다가 돌아온 게 아니니까. 그냥 나라는 인간의 아이덴티티 확립이 필요했고 ‘집’이라고 하는 공간의 그 꾸물꾸물하고 흐물흐물한 분위기가 싫기도 했으니까. 그러고보니 나는 도대체 38살이 되는 지금까지 몇 번의 돌아옴을 반복했던 것일까.
그래 그 돌아옴의 역사에 대해 한번 기록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처럼 살던 혹은 사는, 혹은 나보다 좋은 여건에 있거나 어려운 여건에 있든 여러 사람이 읽고 그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첫 번째 방황은 고시원에 갔던 시절이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삶이 나에게는 사실상 늘 끔찍했다. 물론 아버지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가정에 헌신적이고 한 직장에서 약 20년을 끊임없이 일하셨고 우리를 부양하셨다. 그리고 1997년이었나 내가 어릴 때 그 당시 어머니께서 2000만원의 보증을 지고 돈을 날려먹고 엄마가 감방갈 뻔 한적이 있는데 아버지가 그걸 자신의 재산으로 갚아주셨다. 엄마가 바쁘면 아버지께서 내가 먹을 밥같은 것도 잘 챙겨주던 것 같다. 그리고 주말에는 피곤하셔서 늘 주무셨던 기억이 나지만 그래도 귀신놀이도 해주시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이쯤되면 아버지는 빌런이 아닐 수 도있다. 그러나 어린나에게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였고 술에 취하면 빌런이 되었고 인생은 한 단면으로만 볼 수 는 없으나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안좋은 모습들은 계속 나에게 쌓여갔던 것 같다.
각설하고 때는 내가 대학교 3학년 2학기 당시 대학교에 재학중일 때였다. 늘상 아버지와의 삶을 견디는 것은 나에게 무기력함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더는 언어로 폭력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도망치듯이 대학교 앞 고시원에 터를 잡고 살았다. 고작 약 4개월 정도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내 작은 꿉꿉한 공간을 정도 붙이고 좋아하기도 했다. 고시원은 대학교 앞에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작은 빌딩 하나가 지하부터 4층까지 모두 작은 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 방은 지하 1층이었다. 그리고 옆방에 남자대학생이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3층은 여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층이었는데 나는 빈 방이 없어서 그 곳에 있지는 못했다. 열악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안전하다는 생각은 했다. 그리고 내가 대학교 2학년 당시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갔던 그 신림의 고시원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쾌적했다. 그래 그리고 그냥 아빠가 옆에 없다는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고시준비 당시 그 때 이야기는 돌아옴의 역사에 넣지 않았다. 딱히...? 라고 생각해서? )
내가 대학교 3학년 당시에 사실 무슨 이유로 아빠랑 싸웠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다만 나는 무식했고, 용감했고, 내가 살던 아빠의 집인 아파트 한 공간을 박차고 나올 용기는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고시원비를 다달이 낼 수 있을 정도의 알바는 할 수 있었다. 당시 2평 남짓했던 내 방의 고시원비는 23만원이이었다. 벌써 15년전 일이라 요즘 그 정도 크기의 방의 시세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 당시 시급 4500원을 받으며 누구나 알만한 한국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주말 토요일 일요일 1시부터 7시까지 토, 일 미들 알바를 6시간씩 했다. 그리고 금토일은 저녁 7시 반부터 새벽 한시 반까지 오뎅을 전문으로 파는 주점에서 서빙아르바이트를 했다. 마찬가지로 시급은 4500원. 당시 내가 최저시급은 받았는지 어떤 건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그런 개념도 없는 채로 나는 일했다. 그렇게 일을 하면 한달에 어느정도 돈을 얻을 수 있었고, 그러면 고시원 비 23만원을 낼 수 있었다. 나머지 돈은 야무지게 또 밥도 사먹고 그 와중에 연애도 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그랬다.
그 고시원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 다음편에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