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슴체로 쓰겠음 오타있는건 고치기 귀차나서 인거고 다른 노무사들은 안그렇고 나만 그런거임
사내 노무사에 대한 생각을 정리코자 글을 씀. 사실 내가 노무사이기 때문에 노무사 위주로 글을 쓰지만 사내 변호사, 사내 세무사, 사내 회계사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 생각함.
그들을 까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으며, 필드와 기업 생활을 둘 다 해본 입장에서 정보를 제공하거나 느낌을 공유한다는 차원을 글이라고 이해하면 좋겠음
1. 수습 생활의 시작
노무사 합격하면 수습기간을 6개월 해야됨. 그리고 보통 노무법인이나 노무사사무실 (그에 노조나 법무법인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긴 했음)에 들어가서 일을 배움.
그런데 대부분의 노무법인이 영세함. 노무사가 많아봐야 5명이고, 직원이 많아봐야 10명 내외임. 그리고 이보다 노무사의 수가 더 많은 것은 아마 독립채산방식일 확률이 커서 별 의미가 없음. 암튼 영세한 노무법인에서 새로 들어온 뉴비 노무사에게 업무지식을 전달할 사람도, 시간도, 의지도 없음.
원래 필드라는게 전문직 시장이고,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업무숙련을 도와줄 의무는 없음(사실 자격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경쟁자라고 봐도 무방). 이미 전문자격증을 땄다는 것은 그 자체로 '프로'의 세계에 진입했다는 의미인데, 막 학업을 마치고 들어온 뉴비노무사들은 그동안 강의를 들어오고, 선생, 교수에게 배움을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적응하고 배워야 하는 '프로'의 벽을 느끼기 시작함.
심지어 돈도 별로 안줌. 라떼는 소문에 월급 50만원 주고 수습노무사를 사용하는 곳이 있었고, 나는 150만원(사실상 최저월급)을 받고 수습을 시작했음. 복지도 無, 커피와 녹차 정도 타 먹을 수 있는 탕비실이 있다는 점?, 심지어 내가 있던 사무실은 시스템 난방 아니고 난로 난방이었음. 예전 우리 어머니 아버지 고교 시절에 난로 하나 놓고 거기에 도시락 놓고 겨울에 도시락 까먹는 그런 느낌? (너무 건조하다 싶으면 내가 수돗물 받아서 난로에 뿌리면 수증기 나서 가습기가 필요 없었음ㅋ)
여튼 이런 상황이다보니 수습노무사가 버틸 수가 있나... 그래서 나도 run계획을 세우고 1년 채우고 바로 기업으로 도망감. 도망갈 때는 나름의 핑계를 댓던 것 같음. 예를 들어 노무법인에는 내 동기가 없지만 어린 나이일 때 기업에 가서 미생에 나오는 것 처럼 동기들과 전우애를 다져보고 싶다든지, 오과장 같은 좋은 상사 밑에서 하드하게 트레이닝을 받아 실력을 키우고 싶다든지 등 ...
2. 면접의 시작
고작 6개월 수습을 거친 노무사, 1년의 노무법인 경력이 있는 노무사... 그런데 이걸 경력이라고 부를 수가 있나? 아무튼 나는 기업을 가기 위해 면접을 봤음.
면접을 봤을 때 느꼈던 것은 그 당시 20대 남자 노무사는 신입 시장에서 참 잘 팔린다는 것이었음. 내가 단호하게 말하지만 적어도 내가 피부로 겪었던 인사 노무팀 신입 시장에서 20대, 남자, 노무사는 상당히 강한 스펙이었음. 물론 모든 회사에 합격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자격사와 비교할 때 압도적인 합격률을 자랑함. (내가 말을 잘하는 편이고, 면접 때 안 떠는 스타일이긴 했음, 그리고 면접관를 사랑하는 듯 거짓된 눈빛연기까지도 완벽)
면접에서 물어봤던 것은 노무사로서 기초적인 직무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등 실무적인 것들도 있긴 했지만 그들도 나에게 별 기대는 안했는지, 인성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 질의를 했음.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냐는 둥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는 둥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내가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내 노무사 동기들 중에서도 기업 러쉬를 하려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는 것. 남자 노무사들의 경우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기업에 진입했다는 점. 다만 여자노무사의 경우 합격률도 낮고, 상대적으로 더욱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 (그러나 여자노무사들의 경우에도 결국은 모두 기업에 진입했다.)
아 그리고 노무사라고 해서 우대해주는 것은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에서의 가점이지, 인적성은 알아서 통과해야 함. 내가 불합격한 회사의 대부분은 인적성에서 탈락했었음. 한창 NCS형 적성검사가 유행했었을 때라서 삼성 싸트 문제집도 공부하고 NCS도 공부해야 하는 등 혼선이 있었던 시기임. 암튼 나는 인적성을 돌파하기 위해서 스터디도 해보았지만 그닥 유의미한 성장은 할 수 없었음
3. 기업생활의 시작
내 첫 기업생활은 금융권이었음. 흔히 말하면 다 아는 그런 보험회사였음. 그 당시 내 동기가 13명이었는데, 노무사,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으로 이뤄져있었으며, 전문직이 아닌 사람들은 최소 AFPK라든지 아니면 장교생활을 했다든지 강점이 있는 사람들이었음.
그토록 내가 바라던 뛰어난 동기들이 생긴거임. 처음 몇달은 정말 친하게 지냈음. 나는 나름 입사성적이 동기들 중에서 1등이었고, MT나 집체교육 같은 것을 가면 기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동기들과 유독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음. 술도 정말 많이 마시고, 입사 후 첫 6개월은 그냥 사람들 만나면서 술이나 마시고 시키는 간단한 업무만 처리함.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음. 심지어 어떤 임원은 신입사원 정신교육? 같은 것을 할 때 "신입사원은 복사기만 잘 쓸 줄 알면된다."고 하였음. 뭐 그 사람은 신입사원이니 너무 부담갖지 말아라는 의미로 말한 것일 테고, 대다수의 동기들이 안심했지만. 나는 그 당시에도 '신입을 너무 ㅂ.ㅅ 취급'하는 거 아닌가? 라는 반감을 가짐. (반골기질이 있는 듯)
참고로 나는 내가 원하는 팀을 가지 못했음. 신입사원 성적도 1등이었고, 연수원성적도 좋았는데 원하는 팀에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는 그 팀에 티오가 없었고, 나같은 뉴비를 뽑을 생각도 없었기 때문임. 내가 원하는 팀은 VIP들을 상대로 인사노무 컨설팅을 해주면서 결국 보험과 연계하는 외인부대같은 팀이었는데, 거기는 나름의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팀이었고, 프리해보여서 (다들 정장 구두 신고 다닐 때 거기 팀원들은 단화 신었음)가고 싶었는데... 그런 전문가 집단에서 봤을 때 나는 그저 신입 뉴비였던 것임.
아무튼 내가 인사 노무팀은 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었기 때문에 전략 기획 팀으로 가게됨. 여기서 나는 너무 힘들었음. 참고로 거기에는 국내 1위 대학의 수학과 선배 등 숫자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천상 문과인 나는 일단 그들이 다루는 엑셀 수식과 프로그램으로 쿼리는 짜는 것을 보고나서부터 좌절을 느끼기 시작함.
나름 노무법인에서 엑셀을 다뤄봤다고 생각했으나, 본적도 없는 엑셀수식과, 엑셀 1개 파일에 안들어가서 5개 파일로 나눠서 관리해야 할 정도의 방대한 데이터. 전략팀이었기 때문에 임원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 그려려면 새벽에 나와서 저녁에 들어가야한다는 것. 힘듬의 연속이었음.
물론 새벽 6시 20분 정도에 매일 출근을 하게 되면 좋은 점이... 임원들도 그 때 출근하기 떄문에 임원이나 부장급 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으나. 다른 팀의 동기들은 8시 이후에 출근하는 것이 너무 부러워 울고 싶을 떄가 많았음.
나는 나만 이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같은 팀의 회계사 선배가 술을 먹고 나보고 도망치지 말라고 자기도 같은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을 때.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는 걸 알게됨. 미생에 보면 장그래 팀이 술을 겁나 먹는데, 진짜 힘든걸 잊으려고 먹는게 술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게됨. (참고로 나에게 도망치지 말라고 말했던 회계사 선배는 그 말을 하고 1년도 안되서 회계법인으로 런 하셨다)
내가 하는 직무와 전공이 맞지 않고, 해왔던 노무사 공부와도 맞지 않는데,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음. 하지만 이미 나는 월급이라는 마약의 노예., 심지어 지방 출신인 나에게 월세를 지원해주는 고마운 회사였기 때문에 함부로 나간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
->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