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이 녹기 시작했다. 콘을 따라 흘러내리더니 이젠 내 손을 타고 흐른다. 얼른 혀로 핥아보지만 녹는 걸 막을 순 없다. 내 아이스크림인데, 속이 상한다. 신중하게 맛을 고르고 콘인지 컵인지도 한참을 고민했는데 말이다. 얼른 먹으라며 누군가 재촉하지만 자꾸 아껴먹고 싶다. 또다시 사 먹으면 그만이라 하지만 지금 이 아이스크림이 무척 달콤하다. 흘러내리고 있는 아이스크림마저 내겐 너무 달다.
오래 만난 사람과의 결혼을 꿈꾼다. 소꿉친구가 배우자로, 캠퍼스 커플에서 부부로. 소박하지만 드라마틱한 꿈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든 '이 사람과 결혼하며 어떨까?' 하며 온갖 설레발을 쳐버린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남편감이 스쳐 갔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면 다 이뤄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연애는 열심히 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 농사쯤 될 것이다. 특히 이별 앞에선 장사 없다.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는다.
우연인지 몰라도 내가 헤어짐을 결정하는 이유는 똑같았다. 난 현재의 연애에 불만족하지만, 그들은 굉장히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유가 아니라 원인이다. 진짜 이유는 더는 조율하고 배려하려 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다. '난 지금이 좋아'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상하다. 예전에는 맞춰 가보자며 다정하게 말하던 그였고 싸우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던 그인데 말이다. 이젠 지금이 좋다고 말했다. 나와 달리 그는 더 이상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변함없는 사랑을 하고 싶었지 변화 없는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헤어짐의 포인트를 알고 있는 나지만 여전히 그만하자는 말은 어렵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좋은데 그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니까. 질척질척한 시간이 흐르면 쉽지 않게 이별을 고할 수 있다. 사람은 바뀔 수 없다는 진실이 안타깝다.
아이스크림이 녹기 시작하면 나는 아등바등했다. 녹으면 안 되니깐 원상 복구시키려고 말이다.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이 간사하다고 생각했다. 고작 햇볕 따위에, 온기 따위에 녹아버리다니. 나약하기 짝이 없다. 속으로 한참을 욕하고 나니 깨달았다. 간사한 게 아니라 정직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저 아이스크림은 편안한 환경에 순응한 것이다. 그리고 녹아내리는 건 막을 수도 없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따사로운 나와 그저 안 맞을 뿐이다. 아이스크림 같은 연애는 별로 달갑지 않다.
녹기 전에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퍼먹는 아이스크림 200mL, 쿠키 2개, 초콜릿 혹은 젤리 1봉지
1. 초콜릿 혹은 젤리를 작게 잘라 준비해둔다.
2. 쿠키 위에 아이스크림을 2cm 정도 듬뿍 올린다.
3. 다른 쿠키로 아이스크림을 덮어준다.
4. 준비해 둔 초콜릿 혹은 젤리를 쿠키샌드 테두리에 뿌려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