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엉덩이는 빨갛고 바나나는 길고 사과는 어렵다. 사과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무턱대고 접근했다가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내가 저지른 실수의 정도에 따라, 평소 자신의 행실에 따라 화법은 물론 정성 또한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보다 3분 늦게 왔다면 '미안해. 신호가 오래 걸려서 밥 뭐 먹을까?' 하며 가벼운 사과와 간단한 변명을 대며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지각 상습범이며 상대방이 벼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왜 3분의 초과 시간이 발생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야 하며 다음에 이럴 경우에 대한 대처법까지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살면서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 매번 얼렁뚱땅 상황을 모면한다면 주변에 사람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이따금 생기는 사과에 이 세 가지만은 기억하자.
Step 1. 사과 수확 전 가위 손질부터
'뭐가 미안한데?' 어디서 많이 듣기도 하기도 한 대사일 것이다. 이 대사를 들었을 때, 3초 이상의 침묵 혹은 흠칫한다면 앞서 말한 미안해가 거짓이 돼버린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과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라 정의된다. 자기의 잘못을 명확히 모른다면 사과는 이뤄지기 힘들다. 사과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원인이다. 원인을 우선 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정말 미안해' 보다 '늦어서 미안해 다음부턴 기다리는 일 없게 지금보다 20분 더 일찍 나설게'가 오히려 담백하다. 사과에선 반복된 미안하다는 말은 금물이며 구체적인 잘못을 말하는 게 정답이다.
Step 2. 풋사과를 좋아한다면 풋사과를
말은 얼굴을 보고 해야 진심을 충분히 전할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화가 난 상대방이 얼굴을 보는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면? 무작정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결코 로맨틱한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전화, 카카오톡, 손편지 등 선택은 본인이 아닌 받는 이의 기호를 생각해야 한다. 전화의 장점은 소통할 수 있기에 상대방의 기분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카카오톡과 손편지는 글로 전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손편지가 더욱 더 정성과 성의가 느껴진다. 그러나 전달 방법과 반응 속도가 다소 느릴 것이다. 반면 카카오톡은 무심해 보일 수 있지만 1의 유무를 손쉽게 확인하며 전달이 확실하다. 사과에서는 받는 이의 취향 존중은 필수이다.
Step 3. 사과는 제철에 하기
제철에 먹는 사과가 가장 탐스럽고 달다. 알맞은 때는 언제, 어디, 어떤 것에나 존재한다. 그때를 잘 맞춰야 한다. 왜냐면 금방 상하기도 녹아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타이밍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너무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수많은 예외가 존재한다. 확실한 자신의 잘못이라면 얼른 하는 게 상책이다. 허나 나의 잘못이 모호하다면 상대방의 잘못이 더 크다 느껴진다면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과하게 혹은 굳이 먼저 사과를 해버릴 수 있으니. 사과의 때는 잘못을 한 문장으로 정리가 끝난 직후다. 정리를 못 하겠어 서가 아닌 귀찮음으로 미룬다면 영영 제철은 찾지 못 할 것이다.
사과의 껍질은 씁쓸하지만 속은 달콤하다. 달콤함은 받은 이가 아닌 하는 이가 맛보게 될 것이다. 그 달콤함 속에는 후련함과 반성이 교묘하게 담겨있다. 이를 맛본 자 용서 또한 너그럽고 현명하게 잘할 것이다. 사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기엔 우리는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소중한 인연을 사소함에 놓쳐버리지 않길 바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과에는 사과
사과 3개, 설탕 600g, 베이킹소다 4T, 식초 3T
1. 사과를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깨끗이 씻는다.
2. 씻은 사과는 물에 담가 식초를 넣고 20분간 재운다.
3. 사과 씨를 제거하고 얇게 썰어준다.
4. 1:1의 비율로 설탕과 사과를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5. 하루 상온에 숙성 시킨 후 잘 섞어 냉장 보관한다.
6. 탄산수 혹은 샐러드에 넣어 맛있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