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슛돌이' 이강인, '축구왕 슛돌이'로 돌아오다

by 정일원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인생이라면 축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축구 역시 '우리 편 골대에서 상대 편 골대 사이' 그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Box to Box]에는 이처럼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편집자 주]

201507301839035565410_20150730191101_2_99_20150730191203.jpg?type=w540 <사진1> 발렌시아 이강인 / ⓒ 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05년쯤으로 기억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꼬마들이 축구공을 차면서 열심히 뛰어다니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날아라 슛돌이'라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2002년 월드컵 이후 꾸준히 상승한 축구의 인기와 경기 중 어린 선수들이 보여주는 귀엽고 깜찍한 행동들이 재미를 유발하면서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귀여운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린 선수들의 깜찍한 실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수보단 오히려 그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축구 실력에 감탄하고 열광하게 됐다. 내용만큼은 축구 예능에서 '다큐'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07년 방송된 '날아라 슛돌이 3기'에서 도드라졌다. 1,2기 때와는 다르게 캐스팅 단계부터 발전 가능성이 있는 유소년 위주로 팀이 꾸려진 슛돌이 3기에는 이전 기수 때보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축구 꿈나무들이 대거 영입됐고, 그 중심엔 3기 주장으로서 활약한 이강인이 있었다.

201507301839035565410_20150730191101_1_99_20150730191203.jpg?type=w540 <사진2> KBS 날아라 슛돌이 / ⓒ 날아라 슛돌이 방송화면 캡처

이 예능, 아니 이 축구 다큐의 '신 스틸러'는 단연 주장 이강인이었다. 직접 골도 넣었지만, 이강인은 정확한 패스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팀을 이끌어 나갔다. 7살 소년이 선보이는 화려한 플레이는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강인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공과 친했다. 걸음마를 떼자마자 가장 먼저 가지고 논 것이 축구공이었다. 3살 땐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축구공을 골대에 발로 차 넣으며 놀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방과 후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태권도장에서 태권도가 아닌 축구를 연습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강인은 자연스레 축구 선수라는 꿈을 키워 나갔고, '날아라 슛돌이'라는 제대로 된 멍석 위에서 유감없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이강인은 슛돌이 종영 이후 2009년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U-12)에 입단해 축구 실력을 닦아 나갔다. 인천 유나이티드 시절, 발렌시아CF 유소년 팀과의 초청경기에서 이강인은 자신보다 한두살 많은 발렌시아 유소년 형들을 상대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경기를 지켜본 발렌시아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받은 이강인은 2011년 11월 발렌시아 유소년 팀 '알레빈C'에 입단한다.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서도 이강인은 승승장구했다. 2011년 입단 후 제1회 토렌트, 제4회 마요르카 국제축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2013년에는 12세 이하 유소년 축구팀 12개 팀이 참가한 '블루 BBVA 대회'에 참가해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과의 8강전 결승골을 넣는 등 총 4골을 기록, 득점 부문 선두와 대회 베스트 7에 선정됐다. 당시 대회에서 이강인이 도르트문트 유소년 팀을 상대로 기록했던 프리킥 골은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로베르토 솔다도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찬함으로써 해외와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강인의 주가는 끝없이 치솟았다. 세계 유수의 클럽들이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발렌시아는 2013년 12월 25일 이강인에게 6년 계약을 제안했다. 이강인의 가족이 스페인에서 사용하는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포함됐다. 발렌시아는 43억 원의 바이아웃 조항까지 발표하며 이강인 지키기에 나섰다. 그 결과 이강인은 현재 발렌시아 인판틸A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507301839035565410_20150730191101_4_99_20150730191203.jpg?type=w540 <사진3> 이승우와 백승호 / ⓒ KFA 인스타그램

최근 열렸던 JS컵에 FC 바르셀로나 B팀(당시 후베닐A)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우와 백승호가 출전하면서 많은 축구 팬들의 이목이 수원으로 쏠렸다. 특히 작년 AFC U-16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득점왕과 대회 MVP를 수상했던 이승우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의 풍경은 다른 대회 때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승우가 보여준 뛰어난 재능이 회자되기보다는 태도와 감정 표현과 관련된 축구 외적인 부분이 구설에 올랐다. 자신감 있고, 자유분방한 태도가 보기 좋다는 의견과 솔직한 감정 표현이 우리나라 정서상 지나쳐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충돌한 것이다.

이승우를 둘러싼 목소리는 지금 이 시기 유망주 이강인에게 명확한 이정표를 제공해 준다. 성인 무대에서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승우는 유소년 축구계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실력적으로 검증받은 축구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태도와 인성과 같은 축구 외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들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즉 아직까지 '검증 중'에 있는 이강인에게 지금 이 시기는 철저히 축구 그 자체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유소년 단계에서의 가장 좋은 교육법은 좋은 축구를 하면서 항상 승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이 시기 유망주 이강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전적인 경험과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승리하는 습관'이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발휘할 기회의 장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유망주로 시작해 유망주로 끝날 수 있다. 이점에서 최근 월반한 인판틸A의 주장으로서 입지를 다진 이강인의 미래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201507301839035565410_20150730191101_3_99_20150730191203.jpg?type=w540 <사진4> 이강인과 동료들 / ⓒ 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쪼는 '줄'과 어미 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는 '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비로소 병아리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유망주와 팬들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명의 유망주가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보기 위해선 선수 본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팬들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이승우를 향한 팬들의 우려가 '탁'이라면, 아직 스스로 껍질을 깰 힘이 부족한 이강인을 향한 팬들의 사랑은 알 속에서 단련하고 있는 그의 힘찬 발길질을 그저 응원하고 바라볼 수 있는 '시(視)'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축구왕 슛돌이'로 돌아온 이강인의 진지한 축구 다큐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헤럴드 H스포츠에 2015년 7월 30일자로 기고한 칼럼을 일부 교정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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