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만, 대 '로만' 제국을 꿈꾸다…②

by 정일원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인생이라면 축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축구 역시 '우리 편 골대에서 상대 편 골대 사이' 그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Box to Box]에는 이처럼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편집자 주]

<사진1> 김로만의 최근 모습 / ⓒ 헤럴드H스포츠, 편집: 정일원기자


슈틸리케호 안방엔 확실한 '마님'이 없다. 김승규, 김진현, 이범영 등 기존 대표 선수들과 최근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권순태까지 경쟁에 가담하면서 16.5m의 작은 영역을 둘러싼 호걸(豪傑)들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경상북도 포항의 초야(草野)에는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는 이가 있으니 '한국의 데 헤아'를 꿈꾸는 골키퍼 김로만이 그 주인공이다.

포항에서 나눴던 다양한 이야기를 [Box to Box]에 담았다.

- 간단한 자기소개와 근황은?

"안녕하세요. 포항 스틸러스 18세 이하 유소년 팀에서 골키퍼로 활약 하고 있는 김로만 입니다. 현재 K리그 주니어 전기리그 한 경기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고, 광주와의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하면 전기리그 B조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 중학교 시절 신들린 승부차기 선방으로 이슈가 됐는데, 따로 승부차기 선방 비결이 있다면?

<사진2> 페널티킥 선방하는 김로만 / ⓒ 본인제공, 편집: 정일원기자

"비결까지는 아니지만 페널티킥을 막을 때 공을 계속 주시하는 편이에요. 키커를 보지 않고 공과 발에만 집중해서 방향을 예측하려고 노력하죠. 공을 끝까지 주시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슈팅 방향이 보일 때가 있거든요. 조금 까다로운 키커가 있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페널티킥을 찰 때 한 번 타이밍을 뺏는 선수들이에요. 이 경우 선수가 취하는 사전 동작에 넘어지거나 키커의 페이스에 말릴 수가 있거든요. 최근에도 승부차기나 페널티킥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요. 작년에 2번이나 승부차기를 통해 우승했고, 올해에도 도민체전에서 승부차기로 우승했거든요.(웃음)"

- 처음 필드플레이어로서 축구를 시작했는데, 포지션을 변경한 이유는?

"원래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이었어요. 점점 자라는 키와 감독님의 권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발이 조금 느렸거든요.(웃음) 돌파나 패싱 능력은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미드필더로서 뛰기엔 체력이랑 스피드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 최근 골키퍼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사진3> 골킥 준비중인 김로만 / ⓒ 본인제공, 편집: 정일원기자

"중학교 때는 많이 마르고 근력도 부족해 킥이 약점이었어요. 그래서 골킥을 찰 때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멀리 나가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엔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틈틈이 킥 연습을 해나가는 중이라 오히려 이제는 킥이 장점으로 승화된 것 같아요. 반면에 약점이 있다면 점프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지금 키가 192cm지만 키와 점프력이 항상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 거 같아요.(웃음) 아! 키는 아직도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 골키퍼에서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다면 어떤 포지션을 해보고 싶은지?

"공격수 해보고 싶어요. 이유는 골 넣고 다른 선수들처럼 멋있게 골 셀레브레이션을 해보고 싶거든요. 경기 종료 직전이나 세트피스 상황 때 간혹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올라가잖아요? 초등학교 때는 또래보다 제가 키가 크니깐 그러한 경우가 꽤 많았어요. 종료직전이 아니더라도 코너킥을 얻으면 올라가서 공격에 자주 가담했어요. 실제 골도 헤딩으로 14골 정도 넣은 적도 있고요. 그때 골 셀레브레이션을 하긴 했었죠.(웃음)"

- 따로 생각해둔 골 셀레브레이션이 있는지?

"코너플래그 쪽으로 달려가서 엠블럼을 친다거나, 뒤돌아서 유니폼 뒤에 새겨진 이름을 가리키는 것 정도 생각해봤어요.(웃음)"

- 예전 롤 모델이 카시야스로 알고 있다.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그대로인가?

"최근엔 데 헤아 선수로 바뀌었어요. 이유는 저랑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마른체형에 팔도 길고 무엇보다 세이브 할 때 팔도 팔이지만, 데 헤아 선수는 발로도 잘 막거든요. 저도 발로 세이브를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여러모로 비슷한 점도, 닮고 싶은 점도 많다고 생각해요."

- 데 헤아 말고 다른 골키퍼들도 많다. 노이어 같은 유형의 골키퍼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축구에서 전진된 수비라인 때문에 수비 뒷공간이 많이 넓어졌잖아요? 그래서 그 공간을 골키퍼가 어느 정도 커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스위퍼 역할인데, 노이어 선수는 그러한 유형의 정점인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는 저도 놀랐어요.(웃음) 너무 과도하게 나와서 플레이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 했었는데, 점점 완성 되어가는 노이어 선수의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저런 능력을 키울 필요는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저도 몇 번 앞쪽으로 많이 나와서 상대 공격수를 제치거나 클리어링을 하곤 했는데 자주 그러진 않아요.(웃음)"

- 예전엔 프로 선수로서 포항의 주전 골키퍼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지금도 변함없는지?

"포항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최종적으론 포항에서 경험을 쌓고 해외로 진출 하고 싶어요. 유럽 쪽 으로요. J리그나 인접 리그에서 활약하는 골키퍼들은 많이 있지만 유럽의 빅 리그에 진출한 골키퍼는 없잖아요? 지금은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 간다면 데 헤아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가고 싶어요. 데 헤아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면 제가 맨유의 골키퍼로, 데 헤아가 레알의 골키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나보고 싶어요.(웃음) 어쨌든 최대한 빨리 기회가 된다면 유럽에서 프로생활을 하고 싶어요."

- 국내에선 줄 곧 포항에서 선수생활 했는데, 다른 팀에서 뛸 생각도 있는지?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제안이 와도 포항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1순위는 포항이에요.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포항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거든요. 구단팬들과의 의리도 중요한 고려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국내에서 선수생활 할 때는 되도록이면 '원 클럽 맨' 으로 남고 싶은 바람이에요."

- 대학 진학 생각은 있는지?

"원래는 포항도 골키퍼가 포화상태라 바로 1군에서 기회를 얻긴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가서 경험을 더 쌓다가 다시 프로에서 뛰자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최대한 빨리 프로무대를 밟는 것으로요. 물론 프로 팀의 우선지명을 받아도 바로 1군에서 뛰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되도록 바로 1군에서 기회를 잡고 활약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생각이에요. 우선지명 후 대학을 거쳐 다시 구단으로 간다면 그만큼 시간도 길어지고 해외 진출도 그만큼 늦어지니까요. 경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고요. 지금처럼 계속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제부터는 팬들이 직접 뽑은 질문들이다.

- 대학생활 생각 없다고 했다. 제한적이겠지만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환상은 없나?

"중학교 때는 여자 친구?가 있었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엔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춘기 끝나고 철이 드니까 지금은 오로지 축구에 집중할 때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웃음)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환상은 없어요. 제 머릿속엔 오로지 축구생각 뿐입니다!"

- 좋아하는 걸 그룹이나 연예인이 있는지?

"저는 포미닛의 현아를 좋아해요. 이상형까지는 아니고요. 왜 좋냐 고요?(한참 고민 후) 그냥 좋아요. 좋은데 항상 명확한 이유가 필요한건 아니잖아요?(웃음)"

- 이상형이 있다면?

"생각해본 적 없는데(웃음), 키는 보통에, 긴 생머리 그리고 귀여운 여성분 어디 안계실까요?(웃음)"

- 2022년 월드컵 Best 11를 뽑아 본다면?(단, 골키퍼는 김로만에 유망주들과 현역 프로선수들을 섞어서)

<사진4> 김로만이 뽑은 2022 월드컵 베스트 11 / ⓒ 헤럴드H스포츠, 편집: 정일원기자

GK: 김로만(포항 제철고) DF: 우찬양(포항 제철고),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김진수(호펜하임) MF: 기성용(스완지 시티),이강인(발렌시아 인판틸A),백승호(FC바르셀로나 후베닐A, 손흥민(레버쿠젠) FW: 황희찬(FC 리퍼링),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

- 축구게임 좋아하는 것 있나? 있다면 선호하는 팀은?

"처음에는 위닝xxx을 좋아했는데, 피x 14를 기점으로 피x를 자주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14년 버전을 기준으로 피x>위x 같아요. 자주 고르는 팀은 레알 마드리드에요. 이유요? 이유는 선수들 능력치가 좋아서 에요.(웃음)

- 축구게임에 김로만이 업데이트 된다면, 레알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속한 팀을 고를 것인가?

"감독모드로 레알 마드리드에 김로만을 영입해서 레알을 선택할거에요.(웃음) 아 축구게임 말고는 FPS게임을 자주해요. 한 때 서든어x을 자주 했었어요."

- 축구선수가 안됐다면?

"축구 선수 이외에 생각은 안 해 봤지만, 키가 크니 모델이나 이런 쪽을 시도해보지 않았을까요?(웃음)"

- 로만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뜻이 있나?

"특별한 뜻은 없고 러시아에서 제 이름이 흔한 편이에요. 첼시 구단주도 로만이잖아요?(웃음)"

- 평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면?

"아까 말한 것처럼 게임을 한다거나 영화 감상을 해요. 요즘엔 시즌 때문에 바빠서 영화를 통 못 봤지만요. 축구 외에 다른 구기종목도 하는 편인데 주로 농구를 해요. 농구에선 가드도 키가 190이상이던데 저는 센터를 선호하는 편이에요.(웃음)"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포부가 있다면?

"최초로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골키퍼가 되고 싶고, 국가대표 수문장으로서 오래도록 활약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에요. 많이 응원해주시고 저 역시 성원해 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도의 중심을 꿈꿨던 소년은 이제 건장한 청년이 되어 대륙을 가슴에 품었다. 한껏 자란 키만큼이나 꿈 역시 그의 눈높이에 걸맞은, 더 높은 곳에 자리 잡았다. 골키퍼 전국시대, 스스로 단단한 '방패'가 되어 한 걸음씩 꿈을 향해 나아가는 김로만의 힘찬 행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로만 선수는 지난해 12월 포항 스틸러스에 우선 지명 돼 K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헤럴드 H스포츠에 2015년 6월 4일자로 기고한 인터뷰를 일부 교정한 글 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