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때론 손이 발보다 주목받을 때가 있다. 2016-2017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극장도 각양각색의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베프리포트가 올 시즌 EPL을 찾은 VIP ‘손’님들을 유형별로 정리했다.
# 신의 손
지난 2월(이하 한국시간) 헐 시티와의 EPL 25라운드 경기에서 아스널의 알렉시스 산체스는 전반 34분 ‘신의 손’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문전에서 산체스가 때린 슈팅을 골키퍼가 막아냈고, 공이 재차 산체스의 오른 손목에 맞으면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시 주심이었던 마크 클라텐버그 심판은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심판 판정은 나의 영역이 아니지만, 헐 시티에 미안한 마음을 느낀다”며 주심의 오심을 사실상 인정했다.
‘신의 손’은 시즌 막판 또 한 번 강림했다. 이번에는 아스널이 피해자였다. 지난 14일 스토크 시티와의 EPL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아스널은 2골차로 앞서다가 후반 피터 크라우치에 만회골을 내줬다. 당시 후반 22분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가 올린 크로스를 크라우치가 장신을 이용한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가른 것처럼 보였지만, 리플레이 화면에는 공이 크라우치의 머리가 아니라 오른손에 맞는 찰나가 적나라하게 포착됐다. 벵거 감독과 아스널 선수들이 격하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그대로 골을 선언했다.
# 약손
아이들을 위한 ‘약손’도 피치 안팎에서 맹활약했다. 지난 2월 번리와 첼시의 EPL 25라운드 경기에서는 관중석의 숨은 골키퍼가 보여준 선방이 화제가 됐다. 전반 19분 번리의 애슐리 반스가 아크 정면서 때린 슈팅이 빗맞으면서, 공은 부모의 품에 안긴 한 아이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때였다. 아이의 바로 뒤편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 남성은 침착하게 자신의 오른손으로 날아오는 공을 펀칭해 아이를 보호했다. 경기가 끝나고 복수의 현지 매체는 “관중석의 한 번리팬이 영웅으로 등극했다”, “모든 영웅이 망토를 두르는 것은 아니다(Not all heroes wear a cape)”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저메인 데포(선덜랜드)의 손도 EPL을 대표하는 ‘약손’이었다. 데포는 신경아세포종이란 희귀암을 앓고 있는 브래들리 로워리(6)와의 진한 우정으로 전 세계 EPL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데포는 지난 3월, 잉글랜드와 리투아니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이 치러진 웸블리 스타디움에 로워리를 데려갔고, 지난주에는 로워리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로워리는 올 시즌 데포의 손을 잡거나 품에 안겨 선덜랜드의 홈구장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 입장하는 등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 흥민‘손’
뭐니 뭐니 해도 올 시즌 EPL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손’은 토트넘 홋스퍼의 흥민‘손’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9일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시즌 21호골을 뽑아내면서 대한민국 축구의 두 ‘거목’인 차범근과 박지성을 뛰어넘었다. 1985-1986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차범근이 세운 한국 선수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21골로 경신했고,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며 수립한 한국 선수 잉글랜드 무대 통산 최다골(27골) 기록을 28골로 다시 썼다.
손흥민의 ‘손’도 골을 넣은 발 못지않게 바빴다. 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동료들과 쉬지 않고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를 선보였기 때문. 각 선수들마다 핸드셰이크의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고도의 순발력과 창의력을 요했는데, 특히 델레 알리와의 익살스러운 핸드셰이크는 현지 언론과 팬들도 주목할 만큼 EPL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최근 손흥민과 함께 한국을 찾은 케빈 비머는 “손흥민이 핸드셰이크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선수마다 동작이 다르기 때문에 독특하고 재미있다. 팀 분위기 상승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2017년 5월 26일자 베프리포트 해외축구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