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마법을 부리는 ISA 계좌

부부통장 리포트

by 김 준 호

얼마 전, 나는 아내에게 제안했다. ‘ISA 계좌 만들어볼까?’ 아내는 고개를 갸웃했다. ‘ISA? 그게 뭔데?’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으니까.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계좌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약자다. 이름부터 어렵다. 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세금을 아껴주는 통장. 그게 전부다. 주식이든 펀드든 예금이든, 이 계좌 안에서 굴리면 세금을 깎아준다.

“좋긴 한데, 복잡하지 않아?” 아내가 물었다. “응, 복잡해.”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공부하면 돼. 한번 제대로 알아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어.” 그렇게 우리는 함께 ISA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저지른 첫 번째 실수


ISA 계좌를 처음 만들고, 우리는 당연히 삼성전자를 샀다. 한국 주식의 대장주니까. 안전하고 믿을 만하니까. 몇 달 후 SK하이닉스도 샀다. 반도체가 좋다고 하니까.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왜일까? 한국 주식은 일반 계좌에서 사도 매매 차익에 세금이 없다. 대주주가 아닌 이상 비과세다. 그런데 이걸 굳이 ISA에 넣는다는 건, 이미 면세인 물건을 면세점에서 사는 것과 같다. 의미가 없다.

아내가 물었다. “그럼 ISA는 뭘 사야 해?” “세금이 많이 나오는 걸 사야 해. 해외 ETF, 배당주, 리츠 같은 거.”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세금이 무거운 걸 ISA라는 벙커에 가둬두는 거구나.’

정확했다. ISA는 세금이 무거운 자산들을 가두는 감옥이다. 그 안에 넣어두면 세금을 덜 낸다. 하지만 원래 세금이 없는 한국 주식을 넣으면? 귀한 공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1.png 삽화 : AI


국내상장 해외 ETF로 바꾸고 나서


우리는 전략을 바꿨다. 한국 주식은 일반 계좌로 옮기고, ISA에는 국내상장 해외 ETF를 채웠다. 국내상장 S&P 500 ETF, 나스닥 ETF을 넣었다.

변화가 느껴졌다. 일반 계좌에서 해외 ETF를 사면 수익에 15.4퍼센트의 세금이 붙는다. 1,000만 원을 벌면 154만 원을 세금으로 낸다. 하지만 ISA 안에서는 다르다.

첫째, 손익 통산이 된다. 어떤 종목에서 1,000만 원을 벌고 다른 종목에서 500만 원을 잃으면? 일반 계좌는 1,000만 원 전체에 세금을 매긴다. 하지만 ISA는 순이익 500만 원만 본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차이다.

둘째, 비과세 한도가 있다. 일반형은 200만 원, 서민형은 400만 원까지 세금을 아예 안 낸다. 순이익 500만 원 중 200만 원은 비과세, 나머지 300만 원만 세금을 낸다.

셋째, 그 나머지 300만 원도 9.9퍼센트 저율 과세다. 15.4퍼센트가 아니라 9.9퍼센트. 거의 절반 수준이다.

아내가 계산했다. “그럼 일반 계좌에서 154만 원 낼 걸, ISA에서는 얼마 내?” 나는 답했다. “순이익 500만 원 중 비과세 200만 원 빼고, 300만 원에 9.9퍼센트 세율 적용하면 약 30만 원.” 아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124만 원이나 차이 나네?’

맞다. 같은 투자, 같은 수익인데, 통장만 바꿨을 뿐인데 124만 원을 아낀다. 이게 ISA의 위력이다.



3년의 마법, 풍차 돌리기


ISA의 진짜 마법은 3년 주기에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모른다. 아니, 안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ISA는 최소 3년을 유지해야 한다. 3년이 지나면? 해지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수한다. ‘계좌를 계속 유지하면 혜택도 계속 받겠지?’ 하고 생각한다. 틀렸다. 3년마다 해지하고 재가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왜일까?

첫째, 비과세 한도가 리셋된다. 한 계좌를 10년, 20년 들고 있으면 비과세 200만 원(또는 400만 원)을 딱 한 번만 쓴다. 하지만 3년마다 해지하고 재가입하면? 비과세 한도가 새로 시작된다. 10년이면 3번, 30년이면 10번. 비과세 혜택을 반복해서 받는다.

둘째, 연금전환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게 진짜 핵심이다. 3년 만기 후 해지한 돈을 연금 계좌(연금저축 또는 IRP)로 옮기면, 옮긴 금액의 10퍼센트(최대 300만 원)가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3,000만 원을 연금 계좌로 옮긴다면? 300만 원이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세액공제율 16.5퍼센트를 적용하면 약 49만 5,0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그냥 통장만 옮겼는데 50만 원 가까이 환급받는 셈이다.

아내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이걸 3년마다 반복하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서 이걸 풍차 돌리기라고 해. 3년마다 ISA 해지 → 연금 이전 → ISA 재가입. 이걸 반복하면 세금 환급액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 통장 ISA가 만기 3년을 채운다면 어떻게 할까? 아내가 물었다. “그럼 연장하는 게 나은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은행 입장에서 좋은 거야. 우리가 해지하고 돈을 빼면 은행 실적이 사라지거든. 그래서 만기 연장을 유도하는 거지.”

“그럼 우리는?” “해지해야 해. 연금 계좌로 옮겨서 세액공제 받고, 다시 ISA 새로 만드는 게 수학적으로 훨씬 유리해.”

우리는 그러한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는 기존 ISA를 해지하고, 자금을 연금저축 계좌로 이체할 계획이다. 그리고 바로 새 ISA 계좌를 개설하면 풍차의 첫 바퀴가 돌아간 순간을 맞이 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만든 ISA 전략


1년 넘게 공부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 부부는 ISA 활용 전략을 정리했다.

1. 한국 주식은 일반 계좌, 해외 ETF는 ISA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주식은 일반 계좌에서 산다. 어차피 세금 없으니까. 대신 ISA에는 국내상장 S&P 500 ETF, 나스닥 ETF 등 세금이 무거운 해외 자산만 넣는다.

2. 3년마다 풍차 돌리기

3년이 되면 무조건 해지한다. 은행이 뭐라고 하든 무시한다. 해지한 돈은 연금저축이나 IRP로 옮겨서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리고 바로 새 ISA를 개설해서 다시 시작한다. 이걸 평생 반복한다.

3. 유동성 높은 자산만

장외채권 같은 유동성 낮은 자산은 절대 넣지 않는다. ISA는 3년 주기가 생명인데, 유동성이 막히면 전략이 무너진다. 언제든 팔 수 있는 ETF와 상장 주식만 넣는다.

4. 부부가 함께 점검

매달 중순 배당 알림을 확인할 때, ISA 계좌도 함께 점검한다. 수익률은 어떤지, 3년 만기는 언제인지, 연금 이전 준비는 되어 있는지. 부부가 함께 확인하고, 함께 결정한다.

건강보험료 걱정 없는 노후

ISA의 또 다른 장점이 건강보험료이다.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게 건강보험료 폭탄이다. 배당 소득이나 이자 소득이 많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건강보험료가 확 뛴다. 그런데 ISA 안에서 발생한 소득은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은퇴 후 ISA에서 연간 500만 원의 배당을 받는다고 치자. 일반 계좌면 이게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ISA 안에서 받으면? 영향 없다. 세금도 적게 내고, 건강보험료 걱정도 없고. 일석이조다.

아내가 말했다. “그럼 은퇴 후에도 ISA를 계속 쓰는 게 좋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3년마다 풍차 돌리면서, 건강보험료도 아끼고, 세금도 아끼고. 완벽한 노후 전략이야.”

매달 중순, 우리는 ISA 계좌도 함께 확인한다. 해외 ETF 수익률은 어떤지, 비과세 한도는 얼마나 썼는지, 3년 만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숫자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ISA는 복잡하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공부하면 정복할 수 있다. 처음엔 어렵고 헷갈렸지만, 지금은 우리 부부의 가장 강력한 절세 무기가 되었다. 3년마다 돌아가는 풍차처럼, 우리의 자산도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커지고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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