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에게 배우는
주도형 ‘부부통장’

by 김 준 호

부부 재무에서 돈관리를 남편이 혹은 아내가 주로 맡는 이른바 주도형은 흔히 오해받는다. 한 사람이 돈을 쥐고 있으면 권력 구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도형의 본질은 권력이 아니라 설계다. 그리고 이 설계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 중 하나가 <왕과 사는 남자>의 감독 장항준과 <킹덤> 작가 김은희 부부다.


김은희 작가는 최상위 스타 작가로 회당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의 원고료를 받고,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드라마 원고료만 약 93억 6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방송료 구조까지 더하면 수입 규모는 더 커진다. 이 부부의 경제 구조는 분명히 김은희 작가 중심이다. 그러나 이 구조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결혼 초기, 경제권은 장항준 감독에게 있었다. 김은희 작가는 직업이 없던 시절이 있었고, 장항준 감독이 가계부를 쓰며 실질적인 재무 관리를 맡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김은희가 그것을 타이핑해주던 시절부터 글쓰기 세계로 이끄는 입구를 열어준 사람이다. 장항준 감독은 김은희에게 작가의 길을 권했고, 데뷔 과정부터 드라마 구조와 작법을 함께 고민했다. 이 시기의 장항준 감독은 단순한 남편이 아니라, 창작과 재무를 함께 도와 주었다.


주도형의 핵심은 여기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사람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김은희 작가가 무명 시절 업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때에도 장항준 감독은 ‘이 친구는 된다’는 확신으로 밀어주었다. 그는 경제적 기반을 책임졌고, 창작 환경을 만들었다. 다시 말해 그는 단순한 생활비 제공자가 아니라, 미래 수익 구조에 투자한 설계자였다.


이후 김은희 작가가 〈싸인〉, 〈시그널〉, 〈킹덤〉 등을 통해 성공을 거두면서 경제 구조는 완전히 재편된다. 수입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세무사의 조언에 따라 재산 관리 방식도 바뀌었다 . 명의는 분리되었고, 경제권은 아내 중심으로 이동했다. 장항준 감독은 예능에서 “원래 다 내 돈인 줄 알았는데 ‘어? 이 사람 돈, 내 돈이 따로 있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농담했다 . 그러나 이속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주도형은 고정된 권력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동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KakaoTalk_20260331_084020113.jpg <왕과 사는 남자>로 흥행대박을 기록중인 장항준 감독은 주도형으로 부부경제를 이끌었다. 일러스트 MoonJoo 작가


진짜 주도형은 고집하지 않는다. 경제적 축이 이동하면, 주도권도 이동한다. 그 대신 신뢰는 유지된다.

장항준 감독은 방송에서 “아내가 억대 개런티를 받는 작가”라며, 경제 구조가 아내 중심임을 유머로 이야기한다. 동시에 그는 “내가 물꼬를 여러 번 터줬다”는 표현으로 동업자 의식을 분명히 한다. 이는 주도형의 또 다른 특징이다. 주도자는 성과의 소유권을 독점하지 않는다. 구조를 함께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 부부의 재무 구조를 보면 세 단계가 보인다.


첫째, 초기 주도형 — 장항준 감독이 가계부를 쓰고 경제권을 쥔 시기.

둘째, 성장 전환기 — 김은희 작가의 성공과 함께 구조 재설계.

셋째, 분산 관리형 — 세무 조언에 따라 명의 분리, 그러나 관계는 유지.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누가 더 많이 벌었는가’가 아니다. 중요한 건 ‘경제 구조가 변할 때, 구조를 다시 설계했는가’다. 장항준 감독은 어린 시절 부유했다가 가정이 파산하는 경험을 했다. 경제의 흥망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이런 배경은 재무를 보는 시각에 영향을 준다. 그는 돈을 절대적인 권력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의 성공을 위협이 아니라 공동 성취로 받아들인다. 건강한 주도형은 이런 흐름을 가진다.


초기에는 한 사람이 설계한다.

성장이 오면 구조를 재정비한다.

수입 구조가 바뀌면 역할도 바뀐다.


주도형이 위험해지는 순간은 권력을 놓지 않을 때다. 그러나 장항준 감독 사례는 오히려 반대다. 그는 경제권이 이동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웃음으로 공개한다. 이는 구조에 대한 자신감이다. 부부 통장 관점에서 보면 이 부부는 명의는 분리되어 있지만, 서사는 공동이다. 경제권은 아내 중심이지만, 초기 설계와 창작 멘토링은 남편이 맡았다. 그리고 지금도 창작 파트너로 의견을 나눈다 . 돈은 분리되었지만, 방향은 공유된다.


주도형의 진짜 힘은 ‘누가 돈을 더 버는가’가 아니라 ‘누가 구조를 설계하는가’에 있다. 그리고 그 구조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장항준 감독 사례는 이렇게 말한다.

주도형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다.

그리고 책임은 시간이 흐르면서 형태를 바꾼다.

초기의 경제적 주도권이 창작적 멘토십으로 남고,

경제권의 이동이 관계의 파탄이 아니라 재설계가 될 수 있다면,

그 부부는 이미 구조를 이해한 것이다.


<부부통장> 프로젝트에서 말하는 주도형 역시 이와 같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쥐는 구조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역할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 경제적 축이 바뀌어도 감정적 균형이 유지되는 구조.

주도형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다.

주도형은 진화하는 구조다.

그리고 그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결국 장항준 감독은 <왕과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주도형 부부의 건강함을 증명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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