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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 Squeeze 3

by One Punch Capital

이번 주 미국 선물 사장에서 Silver 가격이 74달러를 돌파하면서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FinTwit이 은 트레이드 얘기로 한창이다. 올해 내내 기다려왔던 은값의 폭등기가 눈앞에서 실현되는 걸 보니 나 역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가족과 캐나다 휘슬러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왔지만, X에 올라오는 다양한 의견들을 읽느라 컴퓨터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은값은 더 오를 것인가? 오른다면 어떻게 트레이드를 해야 하는가?


FinTwit의 의견은 대략 두 가지 캠프로 나뉘고 있다.


첫째, Bear 캠프다. 과거의 은 폭등기처럼 CME 그룹이 Margin Requirement(증거금)를 올릴 것이고, Speculator들의 매수력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CME는 지난 12월 12일 한차례 마진을 올렸고, 금요일 은값을 비롯한 구리, 플래티넘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폭등하자 12월 29일 또 한차례 마진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랠리가 과연 과거처럼 투기 세력에 의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상해 선물시장(SHFE)에서 이미 마진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도리어 상해 금 거래소(SGE)의 현물 가격이 더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월요일 미국 선물 시장에서 은 가격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둘째, Bull 캠프다. 과거와 달리 이번 상승은 은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인 Repricing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 상해 은 거래소의 현물 가격이 미국 선물 가격 대비 7달러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었다. 정상적인 마켓이라면 미국에서 은을 매수해 상해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Arbitrage)로 수익을 쉽게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Spread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미국 거래소에서 은 현물을 사고 싶어도 공급이 부족하니, 뻔히 보이는 Arbitrage 기회조차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의 공급 부족은 채굴 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은은 보통 금이나 구리 등을 채굴할 때 부산물로 생산되는 광물이라, 은 광산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즉, 금 광산이나 구리 광산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은도 같이 채굴해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은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은 생산을 늘리는 추가 투자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최근 태양광 패널, EV, 반도체 등으로 인한 수요 급증이 이러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1980년 Hunt Brothers가 실버 스퀴즈를 일으켰을 때 산업 수요는 30%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0%가 산업용 수요다. 따라서 선물 시장에서 마진을 인상한다고 해서 증발해 버릴 투기성 수요가 과거만큼 많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Bull 캠프의 주장을 신뢰한다. 물론 은값이 무한대로 오르진 않겠지만, 적어도 100불 이상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 어떻게 은에 투자해야 할까?


현재와 같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즉, CME 같은 선물 시장이 부도를 내는 일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은 파생 상품인 선물 계약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Force Majeure(불가항력)’ 조항 때문이다. 만일 선물 매도자가 현물을 인도(Delivery)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이 조항에 따라 매수자와 임의의 가격에 현금 정산(Cash Settlement)으로 계약을 종결지을 수 있다. 즉, 아무리 은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선물 매도자(대형 은행)는 임의의 가격에 현물 양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SLV와 같이 Unallocated Account에 기반한 ETF도 마찬가지다. ETF 매수자는 현물 인도를 요구할 권리가 없고, 발행자가 주식을 판매한 만큼 은 현물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임의로 정한 가격에 합의를 종용할 수 있다.


만일 Silver Squeeze가 벌어지면 은 선물 계약과 SLV 같은 Paper ETF는 은 현물 가격과 디커플링(Decoupling)될 수 있다. 이때부터는 ‘현물 은’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만 급등하게 된다.


그런 자산 중 하나가 PSLV다. PSLV는 100% Allocated Account 기반의 은 ETF다. 펀드가 조달한 자본만큼 100% 은 현물을 매수해 캐나다 왕립 조폐국(Royal Canadian Mint) 금고에 예치한다. Allocated Account란 PSLV 펀드에 속한 은괴(Bar)를 다른 용도로 대여할 수 없고, 시장에서 격리된(Off-market) 상태로 둔다는 의미다. 또한 PSLV는 SLV와 달리 Redeem 조항이 있어, 일정 조건 하에 펀드 매수자가 요구하면 해당 은 현물을 양도할 의무가 있다.


두 번째는 은 광산 주식이다. 이번 랠리에서 은 광산 주식은 은값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마켓 참여자들이 여전히 현재의 랠리를 일시적인 폭등, 조만간 터질 버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 광산 회사는 장기적인 은값 상승이 와야 이익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를 텐데, 아직 그런 Conviction이 시장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랠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지속된다면 분위기는 급반전될 것이다. 이것이 ‘Silver Repricing’ 이벤트라고 시장이 판단하는 순간, 은 광산 주식들도 급속도로 재평가(Repricing)를 겪을 것이다.


은 광산 ETF로는 SIL, SILJ 등이 존재하지만 나의 Pick은 SLVR이다. SLVR은 PSLV 펀드를 운용하는 Sprott에서 출시한 상품으로 약 20%는 PSLV에, 80%는 은 광산 회사에 투자하는 ETF다. 앞서 설명했듯 현물 가격이 Paper 가격과 디커플링 된다면 PSLV 비중으로 인해 수혜를 받을 것이고, 동시에 은 광산 회사들의 재평가를 통해 은 랠리에 레버리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물론 이상의 시나리오는 현재 은 랠리가 구조적인 변화에 의한 것이라는 가정하에서만 가능하다. 투자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가능성에 베팅한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시장은 종종 참여자들을 놀라게 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이번 랠리가 우리 대부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Screenshot 2025-12-27 at 8.52.57 PM.png 12월 26일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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