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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rtobject Apr 14. 2024

나의 책상

나를 말해주는 것들에 대하여

 의무감을 가지고서 저녁 늦게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려다가. 지저분한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소품 하나하나는 아주 맘에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케아의 주황색 조명과 선물받은 LP플레이어, 일본 고양이 장식품 그리고 진짜 고양이. 물건들은 살아온 인생의 업보라고 늘 여겼기에 계속 버리고 덜어냈지만 이미 이만큼이나 쌓여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 삶의 자취들이 계속 쌓일 수 밖에.


 심플하고 단정하고 싶었다. 내 삶을 그렇게 만들고 싶었고 그에 맞춰 내 공간, 옷차림, 물건까지 그렇게 골라 가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형용사는 내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의외로 여행을 좋아하고 새빨갛거나 노오란 고채도의 것들을 찾아 눈길과 발걸음이 멈춰온 것이 서서히 색을 뭍히고 있었다. 친구들도 그것을 알았기에 여행 캐리어를 선물하더라도 눈코입이 달려있고 생일케잌과 함께 동봉된 초 마저 화려하게 글루터를 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의 공간을 모던하게 꾸미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지갯빛 공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고 내적으로 가득 채우지만 포장을 깔끔하게 하려는 것 자체가 나다운 것일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균형잡아온 것이 딱히 불편하거나 재미없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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