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
디자인부서 강팀장님이 함께 인쇄소에 가볼테냐고 물어왔고, 나는 쓰던 기사를 팩 던진 채 방글방글 웃으며 일어났다. 방글방글 웃으며 일어난 나는 정작 가는 내내 말이 없다.
충무로에는 골목만큼이나 인쇄소가 많다. 지게차가 지나가고 삼륜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곧 무너질 것 같은 건물들의 벽으로 바짝 붙어야했다. 천 이사님이라는 인쇄소 아저씨는 우리를 10분 일찍 불러놓고선 한 시간을 기다리게 했고, 이런 일에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우리는 그 대가로 구멍가게에서 포카리스웨트를 얻어먹었다.
강 팀장님은 조곤조곤 인쇄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해주며 “옛날 인쇄소 아저씨들은 사람이 조금만 어리바리해도 무지 업신여겼다.”라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듣는 나는 천 이사님이 사준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다가 옷에 흘렸고 ‘아 정말 나는 이 바닥에서 업신여김 당하기에 좋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철컥철컥 몇 시간이 지나고 천 이사님과 헤어진 후, 강 팀장님은 나를 커피빈으로 데려갔다. 나는 홍자몽주스를 먹고 싶었지만 아메리카노를 시켰고, 강 팀장님은 홍자몽주스를 시키셨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네가 홍자몽주스를 먹고싶어 할 것 같아서 시켰어.” 라고 말했다. 그리고 작은 컵 두 개를 가지고 오더니 “네가 미안해 할까봐 내 컵도 가져왔어.”라고 말했 다. 우리는 컵에 커피와 홍자몽주스를 각각 조금 부은 뒤에 나눠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