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기 - 1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by 지금은 딴짓 중

문득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욕이 강하게 작용할 무렵 ‘일단 휴식을 조금 취해보자’라는 마음에 긴 휴가를 내었다. 휴가가 끝날때 쯤이면 마음을 다잡을 줄 알았건만…


그만둘지 말지 고민하느라, 휴식이 쉼이 아니라 번뇌의 나날이 되었다. 꽤 긴 휴가였는데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제 다시 회사로 출근한다. 그만두어야 할까. 그래도 참아야 할까.


현재 직장에서는 5년 남짓 근무했다. 적성은 맞지 않았지만 성격 상, 일이 맡겨지면 최소 평타는 치기에 그럭저럭 해나갔다. 때로는 칭찬도 받았다. 그래도 칭찬이 칭찬처럼 들리지 않더라. 대체 인원을 뽑는 것보다 기존 직원이 계속 있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적성에 맞는 않는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칭찬을 하지만 심리적으로 은근히 힘들게 하는 상사 눈치도 참아왔다. 당해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피 말리는 것인지. 안타까운 것은 당사자는 모르더라.


5년의 시간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다. 스타일이 맞지 않는 인물이 새로운 팀원으로 들어왔고 번번이 부딪혔다. 난 선임이었지만 직장 분위기 상 강하게 말할 수 없는 처지였다.


나는 체질상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다. 긴 출퇴근 시간과 불편한 관계를 버티기 위해 출근부터 퇴근까지 곤두 서있는 내 신경세포들이피로를 부추겼다. 그런 이유인지 두통을 한번 앓으면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알 수 없는 피부질환도 생겼다.


퇴사에 관한 유튜브 블로그 책 그리고 브런치까지 뒤져보았다. 소위 퇴사 시그널이라는 게 있더라.

몸이 아파진다. 소속된 직장과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등.. 다 나에게 맞는 이야기다.


퇴사 시그널이 있어도 일을 대강대강하면서 버티라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대강대강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랬다간 상사의 눈치에 피가 바싹 마른다. 눈치를 무시할 만큼의 멘탈이 나에게 없다.


글을 주저리 쓰고 보니 퇴사를 하는 게 맞겠다 싶다. 그런데 왜 주저하는가. 돈 때문이다. 나 하나 건사하면 되는데 씀씀이도 그리 크지 않는데, 퇴사 후 백수기간이 길어질까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