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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Dec 23. 2021

후시딘 이야기

Part 1. 


후시딘은 좀처럼 자기 집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손이 미끄러운 탓도 있었지만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후시딘의 머리를 잡고 끌어당기려 하면 할수록, 후시딘은 있는 힘을 다해 빠져 나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게다가 후시딘의 머리 옆에 있는 상자 지붕은 교묘하게 출구를 봉쇄하면서 후시딘이 더욱 은신하기 유리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후시딘은 나의 반복되는 시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상자 안에서 꼿꼿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결국, 힘으로 상자를 찢어 후시딘을 꺼내고 말았다. 


후시딘에게 상자는 무엇이었을까? 

따뜻한 보금자리 였을까, 아니면 독이든 성배였을까. 



Part 2. 


상자에서 빠져나온 후시딘은 그제서야 자신의 머리가 무엇인가로부터 가로막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피부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색의 얇은 막이 머리를 막아 후시딘의 내면의 에너지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후시딘의 머리 위에 있는 하얀 뚜껑 안쪽에는 조그맣고 뾰족한 침이 달려있다. 그것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쪽에 침이 달려있는지 발견하기가 까다로웠고, 설사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무엇에 쓰는 것인지 그 용도를 알기가 어려웠다.


하얀 뚜껑 안쪽의 침으로 후시딘의 머리에 있는 얇은 막을 뚫어내자 그 안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에너지가 넘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후시딘은 깨달았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저 아늑한 상자 안에서 머물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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