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R, 이제 직원경험으로>, 고객경험으로 이해하는 직원경험 이야기
작년 말에 서울에서도 가장 핫한 지역인 성수동에 LG전자가 오락실을 오픈했어. 이름은 '금성 오락실'. 좀 연식이 있는 사람들은 LG의 과거 이름이 골드스타(Gold Star/금성)였다는 걸 다들 기억할 거야. 성수동 같이 젊은 층이 대다수인 핫 플레이스에 이름 있는 대기업이 뜬금없이 오락실을 만든 이유는 뭘까?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스토어도 아니고 말이야. 이 오락실에 들어가면 최신 올레드 TV로 게임을 즐길 수 있대.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추억의 게임을 최신의 LG 올레드 제품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LG전자는 올해 초에 오락실에 이어 성수동에 방탈출 카페까지 선보였어. LG전자가 운영하는 방탈출 카페라니 뭔가 생뚱맞지만 궁금하지 않아? 이 공간은 부엌, 거실, 서재, 세탁실 등 4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공간에서 LG가전을 이용하면서 숨겨진 단서를 획득하여 주어진 미션을 완료해야 하는 거야. 고객들은 방탈출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LG 제품을 경험하게 되는 거지.
고객경험 한 번쯤 들어봤지? 한 마디로 말하면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팬을 만드는 활동'이지. 일반적으로 마케팅을 이야기하면 '다름'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하잖아? 고객과 좀 더 다른 관계를 맺으려고 기업이 노력을 하는 거야. 단순히 거래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정서적 교환 관계, 더 특별하고 독특한 차별화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거지.
'직원경험'이란 말이 등장했다는 건, 이제 고객 못지않게 직원도 굉장히 중요한 대상이 됐다는 거야. 고객과 마찬가지로 직원에 대한 관계의 성격이나 질이 이전과 달라진 거야. 기업 조직 입장에서 직원과의 관계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런데 우리는 지금 내부 직원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예전엔 '브랜드'라고 하면 단순히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 캐릭터, 슬로건 같은 것들을 떠올렸어. 실제로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를 꼼꼼히 신경 쓰기보다는 기업의 전략에 의해 대량으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활동이 많았지. 하지만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고 브랜드가 넘쳐나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도 점점 성숙해져갔지. 이제 소비자는 구매 만족만을 넘어 정서적, 심리적, 관계적 만족을 요구하게 된 거야. 그래서 기업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기 위한 브랜딩 활동이 중요해졌고,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게 되었지.
생각해 봐.
우리에게 라면 맛 그 자체 보다 중요한 건 실은, 헉헉거리며 힘들게 올라온 산 정상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 호호 불어가며 먹은 라면에 대한 행복한 추억이 더 중요한 거 아니겠어? 그리고 운동화의 기능보다는 그 운동화를 신고 체력 관리를 위해 내가 흘린 땀방울이 더 기억에 오래 남고 소중한 거겠지. 한마디로 제품/서비스의 성능이나 기능 자체보다 브랜드를 둘러싼 이미지와 경험을 기억하는거라구. 매슬로우 아저씨의 말을 빌려오자면 자아실현 욕구, 심미적 욕구, 인지적 욕구 같은 상위 욕구가 더 중요해졌고 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감성적 터치가 더 중요해진 거야.
정리하면-
고객경험에서는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경험의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경험이 소비자의 주관적이고 내재적인 반응과 결합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야. 베른드 슈미트(Bernd Schmitt)라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험이 감각/감성/인지/행동/관계로 분류된다고 설명하고 브랜드 경험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리적 반응'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어.
'대퇴사시대','조용한 퇴사'. 한 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이지? 최근 많은 회사들이 젊은 세대의 퇴사 열풍에 고민을 하고 있고 이런 말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구. 그런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퇴사하는 사람들이 게으르고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면서 '그럴 가치가 있는 상사나 회사라는 마음이 들어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어.
얼마 전에 카카오 사태 기억하지?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 톡이 주말 동안 장애가 일어나는 사건이 있었어. 그로 인해 관계 회사와 사용자들의 손해가 엄청났지. 알고 보니 데이터 센터의 화재 때문이었는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직원의 글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고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됐지. 그 글은 주말에 일하는 건 무급이니 본인이 굳이 장애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어. 좀 씁쓸한 현실이긴 하지만, 요지는 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책임'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리고 최근에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지. SPC의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한 분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는데, 이후 회사의 대응이 더 큰 부정적인 이슈를 낳았어. 결국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모든 브랜드와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인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 않아?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어떤 사건에 대한 회사의 대응 방식이 소비자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으니 말이야. 우린 내부 직원에 대한 태도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는 시대를 살고 있는 거지.
봤지? 이렇기 때문에, 고객과 마찬가지로 이젠 직원들과도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야.
회사가 직원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정의를 내렸어. 한 마디로 회사가 직원이랑 깐부가 되고 싶은 거야.
직원과 깐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직원이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무엇에 움직이는지 잘 알아야겠지. 마치 우리의 고객처럼 말이야.
아까 고객경험을 이야기할 때 말이야. 고객경험에서는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경험의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서 소비자의 주관적이고 내재적인 반응과 결합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었지?직원경험도 마찬가지야. 직원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면, 즉 깐부가 되려면, 직원의 주관적이고 내재적인 반응과 잘 결합해야 가능하겠지.
거기서 직원경험이 지향하는 가치를 4가지로 설명하더라구. 인지/지적 가치(Cognitive Values), 정서/감정 가치(Affective Values), 의욕/행동 가치(Conative Values), 의미/영적 가치(Spiritual Values) 이렇게 말이야. 여기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건, 직원경험에서는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서와 감정, 의미감이 중요하다는 거야. 개인의 정서, 감정, 의미감이 조직 안에서 잘 다루어지면 어떻게 되냐구? 또 다른 최근의 직원경험 논문을 보면 말이야. 직원경험의 결과로 5가지 정도를 이야기하고 있어. 직원의 몰입이 좋아지고(Engagement), 조직에 남게 되는 잔류 의지가 좋아진대(Intent to Stay) 한마디로 퇴직률이 줄어든다는 거겠지. 또 수용성(Inclusion)과 직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웰빙(Well-being)이 좋아지며 번아웃(Burnout)은 줄어든다고 제시하고 있어.
우리가 직장생활 할 때 종종 이런 비유 들어본 적 있지? 썩은 사과 상자의 비유 말이야. 조직 안에서 어느 한 명이 정서나 감정이 상해서 나쁜 행동을 하는 거야. 이른바 반생산적 업무 행동을 하는 거지. 그럼 어떻게 되겠어? 주변에 있는 2-3개의 사과가 썩기 시작하겠지. 급기야 팀이 정상적으로 협업하기 어려울 거야. 이걸 부분 최적화가 무너진다고 얘길 해. 그런데 보통 조직문화는 모방과 전염으로 만들어지거든. 결국 이어서 조직 전체, 즉 전체 최적화가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 일 거야.
조직개발 활동은 이렇게 왜곡과 손실이 생긴 시스템을 본래의 목적에 맞게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 '시스템 최적화 활동'이야. 조직개발 활동에서는 시스템을 잘 이해하는 '시스템 사고'가 매우 중요하지. 시스템 사고란 뭐냐 하면 말이야. 사물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이 상호작용들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는 거야. 학습하는 조직을 쓴 대가, 피터센게(Peter Senge)라고 들어봤지? 그분도 시스템 사고가 직선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호 연관성이, 스냅사진 같은 단편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다시 말해, 상호작용과 영향, 맥락이 중요하다는 거야.
조직 안의 개인도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어. 크게 보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고, 일과도 관계를 맺고 있으며, 조직과도 관계를 맺고 있지. 이 각각의 관계를 점검해서 개인의 합보다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활동이 직원경험 중심 조직개발의 목적이야.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 관계들의 맥락, 연결, 상호작용, 주고받는 영향을 잘 파악해야 하지.
조직 내 개인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고? 예를 들어줄게.
사람 관점에서 보면 '평소 어떤 감정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 '역할 차원에서 동료와 어떤 목표와 기준을 나누고 있는지' 등이 일하는 방식에 꽤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일 관점에서는 '이 일을 해내기 위해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의사결정과 판단에 대한 자율성은 어느 정도인지'가 일에 대한 동기와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거고. 또 조직 관점에서는 '조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과 가정','조직 안에서 자신을 노출시키는 정도' 등이 개인의 행동과 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겠지.
사람 Human / 일 Work / 조직 Team, Organization이라는 관계를 축으로 개인에서부터 시작해 가장 협업 관계가 두터운 동료와 함께 스토리가 연결되는 맥락 있는 빌드업을 가져갈 수 있는 과정을 만들었지.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고객경험의 주요한 특성과 마찬가지로 각 개인의 심리적 반응을 다루면서 동료-일-조직 간의 상호작용을 점검하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게 도와줄 거야.
애플리케이션(앱, application)은 개인이나 조직이 유용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지. 조직 관점에서 보면 채용 프로그램, 성과관리 프로그램, 여러 가지 육성 프로그램들이 애플리케이션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럼 운영체제 (OS, Operating System)는? 애플리케이션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도와주는 기반 환경이잖아. 보통 조직문화를 OS에 비유하지. 만일 누군가 최신의 앱만 가지고 있으면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만일 내가 가지고 있는 앱이 아이폰 용 앱인데 사용하고 있는 OS는 안드로이드라면? 당연히 그 앱은 사용 못 하겠지. 그래서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OS까지 잘 살피는 게 중요한 거지. 보통의 기업들은 애플리케이션에만 집중하지만 조금 잘하는 기업은 애플리케이션과 동시에 OS까지 신경을 쓸 거야.
그런데, 혹시 사용자(유저, User)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있니? 최신의 애플리케이션과 멋진 OS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유저가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둘 다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또 어떤 유저는 10가지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한두 가지 기능만 사용하는 유저라면? 최신의 앱과 OS는 크게 의미가 없을 거야. 결국, 직원경험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린 고객만큼이나 직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해. 유저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 11월22일에 진행했던 이퀄썸(equalsum)의 온라인 라이브 토크(웨비나) <HR, 이제 직원경험으로 : 2023년 우리 조직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에서 첫 세션으로 진행된 '직원경험 중심의 조직개발을 이해하는 꽤 쉬운 스토리'의 발표 내용을 정리한 글 입니다.
* 직원경험의 좀 더 친근한 이해를 도와드리기 위해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컨셉, 혹은 장기하 컨셉(?) 으로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직원경험에 대해 쉽게 이해가 되셨을까요?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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