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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Nov 27. 2022

뉴진스&아이브, 그리고 지코의 퍼포먼스: 무엇이 달랐나

청룡영화 시상식에서 보여준 뉴진스와 아이브, 그리고 지코의 퍼포먼스 차이

지난 11월 25일,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어. 


분위기가 엄숙하기로 유명한 청룡 영화제이지만 매번 축하무대는 그 시대에 가장 잘 나가는 가수들이 초대받곤 했지. 역시나,  뉴진스와 아이브, 그리고 지코가 이번 청룡 영화제 축하무대를 장식했어. 



배우들과 교감하며 무대를 자유롭게 활용한 지코와는 달리 뉴진스와 아이브는 무대 위에서 정해진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걸 볼 수 있었지. 


지코는 시작할 때 무터 무대 위가 아니라 배우 들 옆자리에서 등장해. 능숙한 제스처와 퍼포먼스로 다소 긴장된 시상식 분위기를 잠시나마 느슨하게 만들며 점잖게 앉아있던 배우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지. 반면 뉴진스와 아이브는 정해진 구도와 패턴, 잘 짜여진 동선을 기반으로 계획된 퍼포먼스'를 선보여. 물론 무대 자체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누가 봐도 예측할 수 있는 퍼포먼스인데다가 굳이 청룡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지. 방송을 본 시청자들 대부분 3팀의 무대 중 지코의 무대가 가장 신선하고 신났다고 느꼈을 거야. 




지코의 퍼포먼스와, 뉴진스 그리고 아이브의 퍼포먼스, 도대체 무슨 차이였을까? 


가장 큰 차이는 지코와는 달리 두 아이돌 그룹은 아주 철저히 Display Rule 을 따랐다는 점이야. Display Rule 은 심리학 용어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사회나 집단의 규범을 의미해. 예를 들어 항공사 승무원이라면 고객에게 늘 친절하게,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대해야 하잖아? 이처럼 사람이 어떤 상황에 어떤 정서를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드러낼 것인지를 규정한 것이 바로 Display Rule 이야. 다시 말하면, 일터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감정이 얼마나 표현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지. 


아, 물론, 지코가 Display Rule을 따르지 않았다고 할 순 없어. 지코가 보여준 유연한 제스처와 퍼포먼스도 나름의 규범 안에서 계획된 것이었을 테니 말이야. 정확히는 두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Display Rule을 따랐고, 그에 따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좀 달랐던 거지. 


심리학에서는 정서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두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해. 표면연기(Surface Acting)와 심층연기(Deep Acting)로 말이야. 우리가 회사에서 일할 때 이럴 때 종종 있지? 화가 났는데 화가 하나도 나지 않은 척 웃으며 상대방을 대한다거나,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음에도 깔깔거리며 웃는 척을 한다거나, 혹은 상대방의 처지에 공감이 되지 않지만 안타까운 척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야. 이처럼 '표면연기'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을 바꾸는 걸 뜻해. 자신의 진짜 감정과는 상관없이 타인에게 맞추어 행동을 하고 진짜 자신의 감정은 숨기는 거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집단에서 제시하는 매뉴얼이나 스크립트를 그대로 따른다면 표면연기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어떤 사람이 특정한 규범에 의해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 몰입해서 실제 자신의 감정과 신체 감각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심층연기'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이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야. 자신 스스로 완전히 몰입해서 진짜 그 기분을 느끼는 거지. 다시 말해, 속으로 느끼는 것과 겉으로 표현하는 것의 불일치가 없게 되는 거지. 그러다 보니 표면연기를 할 때보다 행동이 훨씬 자연스럽고 풍성해져.



뉴진스와 아이브는 표면연기, 지코는 심층연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두 아이돌 그룹은 정확하게 맞추어진 동선과 안무, 무대라는 제약된 공간 안에서의 약속된 퍼포먼스를 펼쳤어. 평소보다 다소 긴장되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긴장감을 떨쳐내려 노력했지. 즉, 긴장되고 다소 염려되는 자신의 정서를 뒤로 미뤄두고 축하무대를 멋지게 꾸며야 한다는 역할에서 제시되는 Display Rule에 따라 정해진 매뉴얼을 지키며 퍼포먼스를 잘 수행한 거야. 하지만 팬들은 평소 같지 않은 그들의 무대가 다소 아쉬웠던 모양이야. 





지코도 마찬가지로 영화제 시상식에서 멋진 축하무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Display Rule 에서 자유롭진 않았지만 앞선 무대와는 좀 달랐어. 배우들이 앉아있던 객석에서 무대를 시작하는 과감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옆에 앉아있는 배우들의 환호에 같이 호응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 덕분에 객석에 앉아있는 많은 배우들이 지코의 동작을 따라 하고 박자를 타며 함께 무대를 즐겼지. 상황에 몰입해서 자신의 감각과 행동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심층연기'를 지코가 하지 않았다면 엄숙하기로 유명한 청룡 영화제에서 배우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보긴 어려웠을 거야. 또 배우들과 함께 박자를 타며 함께 노는듯한 모습의 장면은 연출되기 어려웠겠지.  


출처 : https://www.wikitree.co.kr/articles/809870




퍼포먼스로서는 모두 훌륭했지만, 긴장감 속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계획된 퍼포먼스를 보여준 두 아이돌 그룹과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나가며 더 풍부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지코. 그래서, 내가 보기엔 뉴진스와 아이브는 표면연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지코는 심층연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친 게 아닌가 싶어.



물론, 때론 표면연기(Surface Acting)도 필요할 때가 있어.


바로 썩 유쾌하지 않은 환경을 맞닥뜨렸을 때지. 예를 들어 상식에 어긋난 무례한 사람을 만났다고 해보자. 그런 사람에게 나의 불편한 감정에 일치시켜 행동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화를 입게 되거나 불편해질 수 있을 거야. 혹은 반대로 무례한 사람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내 감정과 행동을 진짜 긍정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면 상당한 에너지를 수반하여 지치게 되겠지. 이럴 때 표면연기는 더 불편해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전략이 되기도 해. 



하지만 앞서 우리는 축하공연 무대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었잖아? 누군가에게 축하 카드나 엽서를 써본 적 있지? 어떤 사람에게는 막힘없이 술술 축하 인사말이 잘 써지는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축하말도 생각이 잘 안 나고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 뭔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거리감이 있어서 '이런 축하말을 써도 될까' 싶기도 하고,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혹은 좀 어색하게 들리진 않을까', 고민을 해 본 경험이 있었을 거야. 


다른 땐 몰라도 누군가에게 축하를 해 주거나 도움을 줄 땐 앞으로 심층연기를 해보자구. 표면연기로 축하를 해주면 받는 사람도 어색할 거야. 고맙긴 한데, 뭔가 의무감으로 축하를 해주는 느낌이랄까. 심층연기의 축하를 하기 위한 노력은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그냥 진심을 담아 표현해 보는 거야. 어쩌면 축하를 해주는 우리보다 축하를 받는 누군가가 예상보다 더 큰 고마움을 표현해 줄지 몰라. 


지코가 알았겠어? 바로 앞에서 어떤 배우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자신의 장단에 맞추어줄지 말이야. 




* 아알못(아이돌을 잘 알지 못하는...)으로 매우 주관적인 판단과 사고에 기인해 작성된 글임을 말씀드립니다. 뉴진스와 아이브를 매우 좋아합니다. (유튜브에서 따로 최신 클립을 찾아 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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