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든, 농구든, 동네 헬스장에서 하는 피트니스든 뭐든 좋다. 처음이니 당연히 실컷 운동장을 돌아다녀도 공을 한 번도 제대로 차 보지 못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체력이 부족해 90분이라는 경기 시간 동안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벅찰지 모른다. 3kg 짜리 아령을 10번만 들어 올려도 팔에 금세 알이 배겨 다음 세트를 진행할 때는 속도가 더뎌지고 10번을 채 들어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모자라고 부족하고 더디고 느린 자신 혹은 누군가의 모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더 이상 운동이 재미가 없어지고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나는 이 운동과 맞지 않는다고, 이 활동에 적성이 없다고 여기게 된다. 능력이 부족해서 속도가 더딘 거라고, 소질이 없어서 금방 실력이 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심각하면 실수나 실패가 발생했을 때의 영향이 그 실제보다 더 커진다. 사소한 실수도 '거대한 문제라는 인식'에 압도되어 해결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아예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는 습관이 생긴다. 결국, 심각한 태도는 '나는(너는) 이걸 못하는구나'라고 판단하여 자신의(타인의) 역량을 '부족함'과 '불충분함'이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시간이 흘러 몇 년 후 다시 같은 활동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겼을 때에도 쉽게 흥미를 가지기 어렵게 만든다.
똑같이 부족하고 더디고 느리지만, 자신 혹은 누군가의 모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처음 하는 운동에 잘 적응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다. '무엇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자신이나 타인의 수준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요인들을 찾아본다. 실수는 현재 단계에서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실수를 줄이기 위한 습관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경기의 흐름이나 상황을 곱씹어 보고 자신의 움직임을 돌아본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생각해 보고 자신의 움직임을 수정해 본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에 더 집중하며 원하는 근육을 만들 수 있는 조건들을 찾는다. 결국, 진지한 태도는 현재의 부족함을 '상태'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상태로 넘어가기 위한 '환경'에 집중한다.
영어로 진지하다는 'serious'이고, 심각하다는 'dangerously serious'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