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피스트, [더 시너지, 자기다움에서 우리다움으로] 밋업
1.
회사, 아니 ‘일터’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게 회사는 거래 관계에 종속된 느낌이라면, 일터는 나의 이상과 목표를 위해 주도적으로 일하는 하나의 주체적 존재로서 인식되는 공간으로 느껴지니까.
2.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회사에서 일하면서 ‘일터 안에서 개인과 조직의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해온 것은, 처음부터 이 주제에 특별한 호기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희한하게 내가 가는 일터마다 어쩜 그렇게 가지각색들의 빌런이 존재하는지, 도대체 이런 사람들은 왜 이런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아니 분명히 알고 싶고 되도록이면 명료하게 스스로 설명하고 싶었다.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어서.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거라는 믿음으로. 도대체 어떤 환경과 배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터라는 곳에서 성장과 변화를 외치는 나의 역할과 일이 의미가 쪼그라드니까. 내가 하는 일에게 적어도 나 하나만큼은 이 일을 의미가 있다고 여기고 소중하게 다루어주어야 하니까. 그저 그들을 악당으로 만들기보다 환경의 희생양이라고 믿는 게,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진짜 악당의 정체를 밝히는 게 내 일이라고도 생각했으니까.
3.
몇몇 에피소드들을 짚어보면, 상사와 임원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사이에 끼어 애써 만든 수많은 기획안이 내용도 검토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수개월 동안 거절당하는 일을 겪었다. 다른 곳에서는 내가 사장 직속 TF 리더가 되자, 이전 상사는 나와 팀원들 사이를 이간질했고, 그의 거짓말로 인해 애정하던 동료들과 서로를 불신하게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결국 팀원들은 하나둘 병들거나 떠나갔다. 또 어느 곳에서는 나를 채용했던 상사가 승진한 후, 내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의심을 하며 나를 감사실에 신고하기도 했다. 수개월의 노력으로 승인받은 3억 원짜리 프로젝트는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고, 나는 파트너사에 씻을 수 없는 민폐를 끼쳤다. 그리고 회사가 위기에 처해 구성원들로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때, 리더십은 내게 투명한 소통 대신 '구성원을 대상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상식 밖의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너무나 상식 외의 지시가 생각보다 당당하게 내려오자 내가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4.
사회적으로 이름있는 회사를 다녔고,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는 조직에서 일하며, 몇 권의 책도 내자 내 커리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솔직히 말하면, 아니 주관적으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회사에서 내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적이 없다. 아마 인사 시스템에는 ‘의원면직’이라는 한 단어로 반영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나의 선택이라면 그저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욕망이 들끓는 조직에서 내가 그 욕망에 휩싸이기 싫었던 것, 누군가의 주관적인 세계관을 다른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에 강요하며 그에 동조하지 않으면 능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은근한 가스라이팅에 당하기 싫었던 것,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조직’이라는 말로 집단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인격체를 집단으로 퉁치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옳은 것이라고 합리화하기 싫었던 것일 뿐이다.
5.
누군가는 십수 년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직도 그렇게 이상적일 수 있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철학을 지키고 싶어서, 아니 더 확장하고 진화시키고 싶어서, 그래서 이러한 나의 이상이 현실로 연결되는 것을 기필코 목도하고 싶어서 책을 썼다. 그래서 내 책은 내 결핍과 욕망, 그리고 희망의 결과물이다. 내 딴에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온갖 노력을 쏟아도 그게 나 혼자서는 절대 될 수 없는 일이라서, 이런 내 욕망과 희망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인지 다른 사람들을 통해 검증해 보고 싶기도 해서,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연결되고 싶어서, 그래서 기필코 이런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여정을 함께 해 나아가 보고 싶어서 그래서 책을 썼더랬다.
6.
2019년에 출간된 [그래서, 인터널브랜딩]에서 부터 2025년 [더 시너지, 자기다움에서 우리다움으로] 까지, 나의 4권의 책은 이런 배경과 사유에서 쓰여진 결과물들이다.
‘오프피스트’라는 회사와 책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밋업을 열기로 했다. HR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비전으로 용운님이 동료분들과 설립한 오프피스트. 오프피스트(Off-piste)는 원래 스키나 스노우보드에서 정해진 슬로프를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눈 위를 탐험하는 활동을 의미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나의 커리어 여정이 그랬다. 정해진 슬로프를 타고 멋지게 활강하는 재미만을 충분히 경험했으면 좋았으련만, 내게 일터란 곳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활강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수년간의 커리어 여정에서 자의반 타의 반으로 정해진 슬로프를 벗어나 업계를 옮겨보기도 하고, 학문을 통해 현실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도 해보고, 아예 울타리 밖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몇몇의 실험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며 오프피스트를 하고 있다. 내게 오프피스트란 단순히 조직 안팎을 오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나의 'PLAY'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활동이다.
어쩌면 지금 시대는, 정해진 슬로프를 벗어난 오프피스트의 여정만이 유일한 생존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커리어 경로에서 자신만의 플레이로 오프피스트를 즐기고 있을 이들을 밋업 자리에 모시고 싶다.
# 밋업(meet-up) 참가신청
https://www.offpiste.ai/events/meetu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