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를 구상한다면?
지난 목요일, MYSC 최고혁신책임자 이예지 님의 세션을 끝으로 [HR Unframed]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MYSC의 치열한 실험들이 소개되었다. '어떤 동료와 함께하는가?'에 대한 답인 '성숙-성장-성과(3성)'도 인상 깊었지만, 특히 나의 마음에 깊이 남은 것은 MYSC 사내기업가를 움직이는 선순환 엔진, '신뢰-신의-신용(3신)'의 플라이휠(Flywheel)이었다. 조직이 개인에게 먼저 보내는 믿음인 '신뢰'. 그 신뢰를 바탕으로 개인이 최선을 다해 응답하는 '신의' 있는 행동.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축적되는 결과인 '신용'. 이 '신용'은 마치 충전 배터리와 같아서, 많이 쌓일수록 더 큰 도전을 감당할 에너지가 되며, 그 충전량에 따라 자율과 권한의 범위가 결정된다는 비유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설명하는 탁월한 통찰이었다.
이로써 준비했던 총 5회의 여정이 끝났다. 오프피스트와 함께한 첫 번째 [HR Unframed]는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다. 고맙게도 용운님은 이 시리즈의 가능성을 확신하며, 내년에 꼭 시즌 2를 이어가자고 제안해 주셨다.
만약 시즌 2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채용, 평가, 보상, 피플 데이터, 조직문화... 기존 HR이 습관적으로 다루던 기능적인 주제와 영역을 벗어나고 싶다. 대신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데 있어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싶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
- 조직 안에서 '자기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는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 부분 최적화의 함정을 넘어, '전체 최적화'는 무엇으로 어떻게 달성되는가?
-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규칙을 다루어야 할까?
- 역할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삶과 일을 넉넉하고 여유롭게 대하는 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혜안을, HR 도메인 안에 있는 분들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삶과 일을 고민하는 분들의 시선을 통해 얻고 싶다. 나는 HR의 지속가능성이 사람과 일의 관계를 넘어, '우리에게 일터가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일터의 기능은 단지 경제적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나와 타인을 연결하고 더 풍성한 관계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오니 내 삶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최근 새삼 깨닫는 것은, 지금의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 능력이나 경험 덕분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와 짧고 길게 스쳐 간 숱한 인연들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거부당하고, 미움받고,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 반대로 사랑받고, 구원받으며, 칭찬받았던 그 모든 장면. 수없이 나를 거쳐 간 타인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HR Unframed]의 다음 시즌에서는, 지금의 우리 각자를 만들어낸 그 경험과 타인들의 이야기를 일과 조직이라는 장면 안에서 나누어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