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 때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
계약할 방을 결정했다면 부동산에 계약의사를 전달 후 계약서 작성 날짜를 잡게 된다. 외향인들은 모르겠으나 내향인들의 경우 처음 대면하는 임대인과 부동산에 함께 있는 상황 자체가 불편함으로 느껴진다. 나 역시 세 번째 임대차계약을 할 때까지 손을 바들바들 떨곤 했다.
임차인 측 부동산과 임대인 측 부동산이 다를 경우는 임대인 측 공인중개사도 내가 처음 대면하는 것이므로 부담이 배가 되고, 임대인이 부부 공동 명의라면 계약 때 부부가 동행하므로 그 부담과 긴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다.
임대인 측 공인중개사, 임차인 측 공인중개사, 임대인 부부, 임차인 나, 이렇게 총 5명이 한 자리에 있었을 때는 경험 많은 어른들 속에서 나 혼자만 동떨어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가 된 기분이었다. 나도 성인이었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경우일수록 요구사항을 말하기가 어려워 계약 당일에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계약 전에 원하는 요구사항을 1차적으로 공인중개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계약서에 넣고 싶은 특약사항, 현관문을 타공 하여 안전고리를 달아도 되는지, 천장을 타공 하여 커튼레일을 설치해도 되는지 등등 이런 부분들을 먼저 공인중개사가 인지하고 있다면 계약서 작성 시 임대인에게 요구하기가 쉬워진다.
계약 때 임대인에게 "안전고리 달아도 되나요?" 묻는 순간, 공인중개사가 "세상이 흉흉하고, 아가씨 혼자 살다 보니 위험하니까 다는 게 좋겠죠. 대신 이사 나갈 때 떼지 않고 두고 가는 걸로. 그러면 다음 세입자도 쓸 수 있잖아요. 달아도 되죠, 사장님?" 이런 식으로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대인을 설득한다. 깐깐한 임대인이 아니라면 공인중개사의 언변에 대부분 수락하게 된다.
어떻게든 임대인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공인중개사는 능숙한 스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개인적으로는 경험이 20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 부동산만 찾아다니는 편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고 계약을 좋게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젊은 중개사보다는 경험 많은 중개사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건 개인의 취향이므로 강요하려는 생각은 없다. 청년 공인중개사들 중에서도 적극적이고 임대인에게 싹싹하게 잘하는 경우를 가끔 보곤 했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증금이 적은 월세 계약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억 단위가 넘어가는 전세 계약의 경우 임대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이제는 필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임대인이 세금을 내지 않을 시 집이 공매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계약할 때 임대인이 직접 국세/지방세 체납내역 서류를 지참하도록 공인중개사에게 전달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임대인들이 그렇게까지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계약을 할 때, 임대인에게 국세/지방세 체납내역을 조회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계약이 끝난 후 임대차 계약서를 들고 국세는 세무서, 지방세는 행정복지센터를 가면 조회가 가능하다. 조회 시 임대인에게 전화든 문자든 연락이 가기 때문에 계약 때 이 부분을 꼭 말해야 하는 것이다.
계약을 다 했는데 체납내역을 발견한다면? 이럴 때를 대비해서 특약을 넣게 되는 것이다.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내역이 있을 경우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은 즉시 임차인에게 반환한다' 이런 식으로 계약 전에 공인중개사에게 특약을 요청하는 것이다. 내가 전세계약을 하던 과거에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세금 납부 여부까지 혼자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뀐 현재의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웬만하면 도장을 지참하길 바란다. 사인으로 계약서를 쓸 수는 있지만, 보통 계약 시 공인중개사, 임대인, 임차인의 도장을 한 곳에 모아두고 공인중개사가 알아서 계약서 3장에 모두 날인을 하는 게 일이 빠르므로 사인보다는 도장을 추천하고 싶다. 필수는 아니다. 나 역시 초반 계약 몇 번은 사인으로 날인했으나 도장으로 진행해 보니 단순히 편해서 추천하는 것이다.
원칙 상 계약 시 임대인이 나타나는 게 맞지만, 일정 상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임대인 대리인의 위임장, 인감증명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찝찝하고 불안하다면 그 계약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가끔 임대인의 자녀가 임대인의 도장을 가지고 와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서류상으로는 임대인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 얼굴도 모른 채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따라서 계약 전에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 본인이 나오시는 거 맞죠?' 하고 확인하길 바란다.
계약할 때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는데, 계약하는 날에 뽑은 최신자료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등기부등본 상 임대인의 이름과 신분증 상의 이름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분증의 주민번호와 계약서 상의 주민번호가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신분증은 계약하는 내내 노출하고 있는 게 아닌 초반에 잠깐 본인확인 용도로 임대인/임차인 서로에게 보여주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이 순간에 단기기억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주민번호를 잠깐 외우고 있다가 계약서를 출력해 줄 때 바로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편이다.
계약서 날인이 마무리되면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계약금 송금을 요구한다. 간혹 임대인이 아닌 공인중개사의 계좌로 계약금을 넣으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반드시 예금주명이 임대인의 이름과 일치하는지 확인 후 송금해야 한다.
아들 계좌니, 남편 계좌니 이런 경우도 지양하길 바란다. 꼭 기억하자. 보증금은 '임대인 본인명의 계좌'로만 송금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너무 별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하고 꼼꼼하게 따져도 작정하고 사기 치려 달려들면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임차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별나게 구는 게 소중한 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