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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샘 Mar 31. 2020

지금 당신과 나에게 간절한 것은

삶의 밑바닥에서 퍼올리는 희망샘 이야기

오늘 산책은 늘 다니던 가까운 공원을 지나서
조금 더 걸어야 도착하는 동네 야산입니다.

이름은 근린공원이지만
야트막한 산에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할 수 있고 공원 입구에는
테니스장도 있는 공원체육시설입니다.

겨우내 바싹 마른 나뭇잎이 쌓여있는 것만 보다가 
이제 제법 물오른 나뭇가지에 초록빛이 돌고
연두색 이끼가 낀 바위를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조금 걷다 보니 큰 나무에 줄을 묶어서 설치해놓은 
일명 방방이가 보입니다. 
그 위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네댓 명이 
방방 뛰며 꺅꺅 소리 지릅니다.
아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습니다.
마스크 써서 숨이 많이 찰텐 데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안쓰럽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숨통 틔우는구나 싶어 다행입니다. 

방방이 앞에 벤치에는 엄마 두세 명이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엄마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좋은 공기 마시러 와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현실이 작금의 상황을 더 실감 나게 합니다. 

분명 작년 이맘때에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바이러스가 아닌 미세먼지 때문이었고 초미세먼지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놀랄 만큼 하늘이 깨끗합니다. 덕분에 작년에 구입한 공기청정기를 올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어 미세먼지 거의 없는 유래 없는 봄날을 맞이했으나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군요.

우리가 때론 너무 당연해서 권태롭다고 느꼈던 일상은 언제쯤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까요.
아니, 오기는 하는 걸까요.
다시 라인댄스 하러 주민센터 나가고 싶어요. 
여행영어 배우러 평생학습센터 가고 싶어요.
봄이 오면 만나자고 별렀던 이들과 만나서
마스크 안 쓰고 카페라테 마시는 호사를 누리고 싶어요.

우리에게 당연했던 그 모든 것을 돌려받기 위해
혹시 우리 인류가 오만했던 것을 뉘우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제부터 건설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덜 개발하고
덜 소비하고
덜 욕심내고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오늘 산책하며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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