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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드러운 연유라떼 Apr 09. 2018

백팩, 만들지라(4)

하나. 사장이 말하는 가방 회사 창업

2차 샘플을 만들기 위한 노력


감히 원더백은 우리가 만들었던 그리고 만들어갈 가방들이 최고의 가방이라 자랑한다. 원더백은 처절하게 샘플 고민하고 온갖 역경을 몸으로 부딪혀보는 회사다. 멘땅에 헤딩했기에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쳤지만 오히려 1차 샘플이 어느 회사보다 빨리 나왔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직접 부딪히면서 가방 봉제 시장의 시스템을 익힌 덕에 섣부르게 샘플을 몇 개씩 만들어가며 생각했던 디자인을 모두 테스트하는 것이 현재 원더백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명색이 가방 회사가 샘플을 전혀 안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나는 샘플비를 아끼되 최선의 샘플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 생각해 냈다. 바로 패턴지를 이용해서 내가 구현하고 싶은 샘플을 내가 만드는 것이다. 말했다시피 처음엔 패턴지의 존재조차 몰랐기에 부직포를 사서 덕지덕지 잘라 무모하게 바느질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번 만든 첫 샘플 이후 나와 원더백은 진화했다. 부자재 시장에 가서 당당하게 패턴지를 구입한 후 한층 업그레이드된 패턴 샘플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나름 깔끔하게 유리 테이프의 협조도 받았다. 실제로 샘플사들도 패턴에 오류가 있을 때는 유리 테이프를 쓴다. 별것 아닌데 유리 테이프 붙였다고 뭔가 으쓱해졌다. 7시간 동안 패턴지와 시름했을까? 이번에 나온 패턴은 예전의 내 바느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퀄리티가 괜찮은 녀석이라 당당하게 자랑해 본다. 다 만들고 뿌듯함과 퀄리티에 심취해 당장 샘플사에게 들고 가서 이걸 패턴으로 만들어주세요~하면 3시간 만에 완성된 패턴이 나올 각 이라며 얼마나 자축했는지 모른다.


2번째 패턴지로 만든 1THEBAG 샘플(재생 표시 있다고 누르지들 마세요.  이것은  사진입니다. 진짜 사진이라구요jpg)


2차 패턴 샘플의 경우 실제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D링 고리까지 전부 시중에 있는 제품 사이즈로 패턴지로 제작되었다. 아니 3D 디자인 툴도 나온 마당에 패턴지로 샘플을 시뮬레이션해봤다면 노가다 중에 상 노가다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맞다. 틀린 말 아니다. 하지만 디자인 전공자도 아닌 내게 뜬금없이 3D 디자인 툴 다루는 능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으라 그랬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 툴 대신 3D 스럽게 몸을 썼다. 근데 만드는 내내 재미있더라.  


보여줄 패턴 실물도 있고,  호기롭게 새로운 샘플사를 찾았다. 하지만 쉽게 찾아지지  패턴으로 실물 만들었다고 좋아라 한 게 어제 같은데 하나의 언덕을 넘으니까 커다란 동산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번에도 샘플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름 실물과 유사한 패턴 가방과 작업지시서가 전부 구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쉽고 물량이 되는 가방 위주로 받으려고 하셨고, 난도 높은 원더백 가방은 일단 퀄리티도 장담을 못하겠다는 대답이 훨씬 많았다.  


하물며 어떤 샘플사는 우리 가방을 보더니 가능하면 원가 절감을 위해서 싼 재료 쓰고 쉽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 가방 봉제 시장에서 제일 돈 많이 버는 장사법이라며 본인만의 깨알 같은 노하우를 2시간에 걸쳐 전수해주시기도 했다. 물론 돈만 벌고자 만 한다면 그분의 논리가 두 번 세 번 백 번 맞다. 경영상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가 만들어 가고 싶은 1THEBAG은 지금도 마찬가지고 나중에 유명한 브랜드가 되더라도 재료로 장난질하는 그런 비(非) 양심적인 회사는 아니다. 


나에게 영업적 조언을 아끼지 않은 샘플사와 나는 가방이라는 같은 품목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서로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만들어질 제품이 다르다고 나는 확신한다.  장사한다는 처자가 순진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소비자라면 혼이 담기지 않은 제품은 아무리 비싸도 사지 않을 것이다. 다른 분들을 비하려는 의도에서 글을 작성한 것은 아니다. 다만 원더백 제품은 설립 초기부터 나름의 원칙 아래 만들어진다. 이것을 말하고 싶었다.


새로운 샘플사를 만났다. 이번에는 샘플 제작 업체라고 해서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가격도 1/3 수준으로 불렀다.  물론 우리 가방이 워낙 난도가 있다 보니 나중에 실제 청구된 금액은 첫 견적가와 다르게 지난번 가격의 1/2 정도였지만 그래도 큰 성과가 있었다. 이번에도 들고 간 패턴 샘플을 기반으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가방의 디자인과 기능에 대해서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와 상담한 샘플 제작업체 대표는 들고 간 패턴 실물과 우리의 상담 내용을 기반으로 작업지시서를 그 자리에서 그렸다. 작업지시서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미리 준비해 간 1THEBAG 원단과 부자재 일부도 함께 맡겼다. 그러자 대표가 다른 방수 지퍼도 있으니 써보길 권유했다. 부자재 시장을 돌면서 시장의 모든 방수 지퍼를 보긴 했지만, 내구성 테스트를 따로 해보진 못했던 터라 일단 두 번째 샘플에는 추천받은 방수 지퍼를 사용하기로 했다.


새로운 샘플은 약 3주 정도 만에 나온 것으로 기억이 된다. 이번엔 직접 가지 않고 내가 있는 카페에서 퀵으로 받았다. 가방을 보기 위해 택배 박스를 열고서 너무 예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거의 작업지시서 그대로 나온 것 같았다. 2차로 만든 백팩은 정말 꽤 괜찮았다. 지금 제품으로 당장 내놔도 뭐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도 곱고, 기능도 살아 있는 가방이었다. 지난번 1차 샘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 백팩 만들지라 >는 가방회사 사장이 직접 쓰는 창업 다이어리 형식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이 글은 예쁘고 기능도 갖춘 만능 백팩이 없나 고민하다가 약 500명의 설문 조사와 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직접 가방을 만들고 창업하게 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THEBAG 가방은 신월동에 있는 40년 경력의 전문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펀딩과 그 이후에도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백팩, 1THEBAG 돌고래는 블랙 컬러로 와디즈에서 두 번째 펀딩 진행 중입니다. 


각이 제대로 살아 있는 1THEBAG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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