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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드러운 연유라떼 Apr 11. 2018

백팩, 만들지라(5)

하나. 사장이 말하는 가방 회사 창업

그땐 샘플이 마음에 들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1THEBAG이 두번째로 만들게 된 돌고래 샘플

두 번째 만든 샘플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금 펀딩 중인 돌고래 블랙의 아버지 정도 되는 디자인이다. 첫 번째와 달리 우리가 원하던 디자인과 기능 모두가 제대로 갖추어진 가방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샘플을 받고서 바로 1차 사용감 테스트를 시작했다. 지퍼도 잘 작동하고, 이제 양산을 위한 공장 단가만 잘 받으면 되겠다는 계산이 들었다. 하지만 테스트를 위해 사용한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추천으로 사용했던 그 방수 지퍼에서 문제가 생겼다. 방수 지퍼 코팅이 벗겨졌다. 한번 벗겨지기 시작한 코팅은 지퍼를 사용하기 위해 열수록 각질처럼 줄줄 벗겨지기 시작했다.

싸구려 방수지퍼의 최후, 사용하고 3일 만에 코팅이 벗겨졌다.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테스트 과정에서 이런 불편함이 밝혀지지 않고 그대로 이 방수 지퍼를 사용해서 제품을 생산했다면,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하다. 테스트를 진행할수록 완성도 있는 샘플에 대한 설렘이 줄어들고 날카로운 디자이너의 눈이 다시 돌아왔다. 물건이 들어가지 않았을 땐 몰랐는데 실제로 써보니 가방 앞부분의 각이 계속 유지되지 못하고 쳐졌다. 일련의 문제점을 전부 정리해 불량이 난 방수 지퍼를 교체하기 위해 샘플 제작 업체를 찾아갔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업체의 금액적 요구사항과 우리의 요청사항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더 이상 그 업체와 함께 진행하지 못했다. 좀 괜찮은 가방 하나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다.

세 번째 샘플실을 찾기 위해 서울을 동서로 오가면서 열심히 찾았지만 가방이 어렵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거나 역시 이런 복잡한 가방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중국과 베트남 생산도 알아봤지만 수량이 확보되지 않는 선에서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특히 해외 생산의 경우 현지에 있는 샘플사를 만나러 현지 공장 미팅이 전제되어야 했다. 그래야 서로 믿음을 가지고 만든다는 이유였다. 결국 해외 생산의 꿈을 잠시 접고 다시 국내 생산 위주로 샘플사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들려는 가방이 결코 쉬운 가방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가방 하나 만들어줄 샘플 장인과 공장 하나 없을까라며 포기하지 않았다. 며칠을 뛰어다니며 고생했을까 샘플사를 영원히 못 구할 것 같은 시간이 지났다. 이번에 새로이 만난 샘플사는 패턴 샘플과 우리의 두 번째 샘플과 수정사항을 보고서 흔쾌히 만들어주겠노라 허락해주셨다.

세 번째 만난 샘플사는 실제 데X트, 캉 X, 빈 X, 닥 X 등 요즘 유행한다는 대부분의 대기업 가방을 진행하고 있었다. 완전 올레. 대기업과 거래하기 때문에 확실히 보장되는 샘플의 품질은 무엇보다도 안심이 되었다. 가장 기뻤던 것은 샘플 제작 가격과 기한도 우리가 생각한 선에서 맞춰주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친김에 생산 공장도 소개받았는데 그 생산 공장 사장님도 우리 두 번째 샘플을 기반으로 대략의 견적을 내주셨다. 모든 일이 갑자기 순조롭게 잘 풀렸다. 정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 백팩 만들지라 >는 가방회사 사장이 직접 쓰는 창업 다이어리 형식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이 글은 예쁘고 기능도 갖춘 만능 백팩이 없나 고민하다가 약 500명의 설문 조사와 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직접 가방을 만들고 창업하게 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THEBAG 가방은 신월동에 있는 40년 경력의 전문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펀딩과 그 이후에도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백팩, 1THEBAG 돌고래는 블랙 컬러로 와디즈에서 두 번째 펀딩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