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혼자살이] 공간이라는 것.

by hyun

아침 6시 30분경 눈을 떴다.

아이보리색 차양을 통해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하드한 매트리스를 가진 새 침대는 편안하다.


'포근한 잠자리'

가져본 적이 있던가. 30년 만에 처음인 것 같았다.


잠자리 라는 건, 인생의 꽤나 많은 시간을 누워 비비며 보내는 공간인데. 스스로 나아지려는 시도를 하지않고 살아오면서 함께 가라앉아 있었다. 20대에 월세집에서 30대 들어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환경은 몸과 마음까지 어둡게 만들었다.


싸구려 토퍼를 깔고 바닥에 누워 새어들어오는 먼지를 마시며 연일 콜록대는 새벽, 환기도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미닫이 창문은 속절없이 더러웠고, 그 조차도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다.

알아주지 않는 현실, 때때로 잘못된 선택과 놓쳐버린 타이밍에 자책의 날을 일삼던 과거... 그 공간에서 나는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환경이 주는 영향력이란 얼마나 크던가.

그때는 어렴풋이 안다고. 하지만 나는 거기에 굴하지 않겠다고.

막연하고 실천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계속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는걸 알았지만, 결혼 하면 이사해야지 했던 그런 생각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혼자가 된 나에게 더 멀어진 미래였다.


인스타그램에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 누가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 사진을 좀더 과장해서 올렸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지만 알고 있었다. 모두 각자의 삶에 바쁜데 어차피 남의 인생은 그냥 남의 인생이라는 것. 알아서 잘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는 그저 하나의 점일 뿐이라고.


원하지 않는 공간에 있으면 있을 수록 조금씩 무너져갔다. 회사도, 보금자리도.

머리론 '나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나는 나다' 자위를 해보아도 현실은 현실이었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셨다. 술 친구는 필요했다.

그러나 부어라 마셔라의 끝에 남는건 역시나 혼자. 오롯이 혼자였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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